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외화자금 조달여건이 호전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빗나가자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 자금담당자들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최근 외화자금 조달여건은 시장가격이 워낙 높아 여의치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에 유동성이 없는 게 아니지만 너무 높은 조달비용 때문에 은행들이 채권 발행 등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자금부 관계자도 "여전히 외화자금 여건이 안 좋다"며 "일단 전 세계에서 돈을 빌리려는 곳은 많지만 빌려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경색으로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안 빌려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외화자금도 하루짜리로 운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외화 차입의 어려움은 은행의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추가적인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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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장기차입금 가산금리는 지난해에 비해 100bp 가량 오르는 등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장기) 수요를 은행들이 받아주면서 환헤지를 위한 차입을 상대적으로 용이한 단기 외채 위주로 조달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단기 차입시장조차도 신용경색 강도가 심화되면 은행들은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국내 금융회사의 달러 유동성 부족 등의 문제가 더 지속된다면 추가적으로 환율이 상승할 수 있고, KIKO관련 손실로 인해 한계상황에 직면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악화된 경제여건 속에서 국가신용등급인 일부 공기업 정도만 올해 중 대규모 공모발행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뤄진다면 시장여건은 다소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 채권으로, 투자 안전망이 견고해 주택담보유동화 대출에 비해 조달금리가 1% 가량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