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달러가뭄, 환율 추가상승 이끄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08.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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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리려는 곳은 많지만, 신용경색으로 차입 어려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외화자금 조달 여건은 지난 상반기에 비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상승과 외화자금 조달여건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은행들의 달러 유동성 부족은 추가적인 환율상승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외화자금 조달여건이 호전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빗나가자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행 자금담당자들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은행 자금부장은 "원화에 대해서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의 수요공급 측면에서 달러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환율상승과 외화자금 조달의 경우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외화자금 조달여건은 시장가격이 워낙 높아 여의치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에 유동성이 없는 게 아니지만 너무 높은 조달비용 때문에 은행들이 채권 발행 등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조달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하반기 중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시장여건은 계속 악화되며 단기화 되는 추세"라며 "3분기 뿐 아니라 올해 말까지 시장이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B은행 자금부 관계자도 "여전히 외화자금 여건이 안 좋다"며 "일단 전 세계에서 돈을 빌리려는 곳은 많지만 빌려주는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경색으로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안 빌려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외화자금도 하루짜리로 운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외화 차입의 어려움은 은행의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추가적인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장기차입금 가산금리는 지난해에 비해 100bp 가량 오르는 등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장기) 수요를 은행들이 받아주면서 환헤지를 위한 차입을 상대적으로 용이한 단기 외채 위주로 조달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단기 차입시장조차도 신용경색 강도가 심화되면 은행들은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상수지 적자와 국내 금융회사의 달러 유동성 부족 등의 문제가 더 지속된다면 추가적으로 환율이 상승할 수 있고, KIKO관련 손실로 인해 한계상황에 직면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악화된 경제여건 속에서 국가신용등급인 일부 공기업 정도만 올해 중 대규모 공모발행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커버드본드 발행이 이뤄진다면 시장여건은 다소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 채권으로, 투자 안전망이 견고해 주택담보유동화 대출에 비해 조달금리가 1% 가량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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