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통해 본 중국 지도층 리더십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2008.08.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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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리더십]이슈화, 자부심 고양 등

올림픽을 통해 본 중국 지도층 리더십


전 세계를 후끈 달군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특히 주최측인 중국에서 이후 10년간은 다시 보지 못할 장관이라 장담한 웅장한 스케일의 개막식은 지금까지 여전히 생생하다.

2008명의 청년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빛이 나는 북을 두드려 개막 카운트 다운을 하는 장면, 거대한 두루마리로 중화 문명의 위대함을 알리는 퍼포먼스, 올림픽 주제가가 울려 퍼지는 거대한 구(球)가 지구본으로 바뀌고 그 위를 공중에 매달린 채 내달리는 청년들, 마지막 성화주자가 공중에서 도약하며 성화불을 붙이는 모습들이 전 세계인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본 중국인은 8억5000만 명.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이었다고 한다. 미국 내 시청률도 만만치 않았다. AP통신에 의하면 개막식 행사를 시청한 미국인은 3400만명, 역대 올림픽 시청률 중 가장 높았다. 한국에서도 40.3%의 시청률로 90년대 이후 올림픽 개막식 최고 시청률을 보였다.
 
이렇게 전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영화만큼 볼거리가 장장 했던 개막식이 가슴 한 켠으로 섬뜩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건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중국은 못해낼 일이 없겠구나'하는 일종의 충격을 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중국이 가진 잠재력을 과시함으로써 전 세계에 찬탄과 막연한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국 정부의 의도였다면 충분히 성공한 것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개막식 전야에 각국 정상 등 VIP들에게 상다리가 휘어지는 중국 전통요리를 선보이고 당일에는 일반 좌석과 같은 크기의 자리를 배정해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시키는 소홀한 의전조차 옛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던 사신들을 연상시키도록 만드는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세계는 없었고 중국만이 존재하는 개막식이었다는 BBC의 논평은 일단 접어두자. 어쨌거나 중국이라는 한 나라 만을 두고 볼 때 정부의 통치술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에 의의를 제기할 이는 드물 것이다.
 
더구나 아무리 옳은 말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매사에 의도를 의심하는 정부 불신의 상황에 서 있는 우리로서는 최고라는 자긍심으로 국민을 똘똘 뭉치게 하는 중국지도층의 리더십을 한 번쯤은 진지한 눈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리더십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리더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리더십이 있는가 하면 팔로우의 동기를 유발시키고 성장을 이끌어가며 변화시키는 변혁적 리더십이 있고, 희생과 봉사를 통해 이끌어가는 섬김의 리더십 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리더십이 존재하는 것은 실제로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음을 뜻한다. 리더와 팔로우 그리고 이를 둘러싼 환경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이 요구될 뿐이며, 이런 바람직한 리더십을 구현하는 리더가 곧 훌륭한 리더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리더십의 변수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리더가 갖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결의와 단결의 기회를 볼 줄 알고 이를 이슈화 시킨다는 점이다. 중국이 올림픽이라는 장을 통해 '중화 영광의 재연'이라는 이슈를 던져 자국민을 하나로 묶어낸 것도 하나의 사례다.
 
둘째는 팔로우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격려하고 성장시키는 일이다. 약한 점, 나쁜 점을 찾고 지적하기 보다는 옳은 것, 뛰어난 점을 발견, 부각시켜 스스로 성장하도록 자극한다. 한 때 반체제 감독으로 유명했던 장이모우조차 중국 인민을 위해서라면 어떤 비난도 감수하고 정부의 뜻을 따라 중국의 위대한 역사를 칭송하는 개막식을 구상하지 않았는가?
 
셋째는 신념과 확신이 있으면 흔들리 않고 밀어붙이는 일관성이다. 쓰촨성지진, 티벳사건, 신장위구르 문제 등 중국의 올림픽 개막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일련의 정치적인 사건들에 대해 늘 같은 입장과 목소리를 취함으로써 오히려 국민 결집의 동기로 전환시켰다.
 
평화 안정기에 빛을 발하는 리더십은 참으로 드물다.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한 리더십이야말로 진정한 영예를 얻는다. 한국의 리더들은 2008 뻬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웅장함과 화려함에 감탄하기 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수 많은 왕조의 흥망성쇠 속에서 터득한 중국의 리더십까지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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