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전 '과열 경보' 승자의 재앙?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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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조선업 경기논란 불구 '사생결단식' 경쟁 우려 목소리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인수전이 22일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세간의 관심은 누가 인수하느냐에 쏠려 있지만 한편에선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인수 후 부담 증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조선 경기 논란, 주식시장 침체 등까지 악재들로 작용할 경우 '과열 경쟁'의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조선업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375,000원 ▼500 -0.13%), GS (44,800원 ▲400 +0.90%), 한화 (29,650원 ▲250 +0.85%)그룹 등 대우조선 인수 후보군들은 인수 의향서를 작성해 마감일인 27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지분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31.26%, 자산관리공사 19.11% 등 총 50.37%다. 인수 가격은 6조~8조원, 높게는 9조원 이상까지 점쳐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이 이날 현재 7조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지분 50%(시가로 3조5000억원) 인수를 기준으로 할 때 M&A 프리미엄은 최소 60%에서 160%에 달하는 셈이다.

이처럼 높은 인수가가 예상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자체의 높은 가치도 배경이지만 인수 후보들의 의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GS와 한화그룹은 사실상 오너가 직접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주요 임원 회의에서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는 대우조선 인수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 꼭 성사시켜야 한다"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거듭 밝혔고, 김승연 한화 회장은 일찌감치 대우조선을 그룹의 신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내놓고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자금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포스코도 두 경쟁자의 인수 의지를 넘어서야만 인수에 성공할 수 있다. 공격적인 '베팅'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투입해야할 자금규모는 커지는데 금리가 상승,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 후보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인수자금 대출 이자로 연 8~9%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인수 금액을 8조원, 대출이자를 포함한 금융 기회비용을 8~9%로 가정하면 대우조선 인수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은 연 6400억~7200억원에 이른다.

인수후보가 대우조선 지분 100%가 아닌 50%를 인수하는 것이고 보면 대우조선이 연간 1조2800억~1조4400억원은 벌어들여야 기회 비용을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올해 순익 예상치는 5000억~8000억원 정도. 2년 후인 2010년은 1조1000억~1조2000억원까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조선업 경기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성장세가 어느 정도까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인수 후보들이 다양한 컨소시엄 구성, 시너지 발굴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기회 비용을 넘어서는 '베팅'을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고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후 금융비용 등으로 고전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인수 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들어갈 추가 투자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두산그룹이 돌연 대우조선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것도 이같은 시장 환경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인수금융팀 관계자는 "미국 M&A 시장에서 프리미엄은 역사적으로 30~50% 정도"라며 "국내 M&A 시장은 전반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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