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다이아몬드' 포기한 두산

더벨 김민열 기자 2008.08.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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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비싼 대우조선해양 보다 알짜 글로벌 기업 선택

이 기사는 08월20일(14:5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아프리카의 별(Great Star of Africa)'로 불리는 컬리넌은 보석용 다이아몬드 가운데 세계 최고품으로 꼽힌다.



발견 당시 원석의 크기가 무려 3105캐럿이나 되었다고 하니 그 가격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컬리넌 다이아몬드 시리즈를 소장한 영국 왕실박물관은 매년 700억원의 짭잘한 관람료 수익을 앉아서 챙기고 있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매물인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DSME)은 아프리카의 별에 비견될 만큼 매력적이다.



LNG선, 초대형유조선(VLCC), 석유시추선(Semi-Submersible Drilling Rig)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건조실적을 갖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제조 기술력 덕분에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상선의 경우 이미 5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았다. 지난 3월말현재 상선 수주물량은 987만1000CGT(표준화물선 환산t수)으로 지난해 건조실적의 5배에 달한다. 석유시추선 등 해양부문에서도 15기의 수주잔량을 갖고 있다.

수년 동안 주인 없이 채권단 관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측면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를 능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3년간(2005년-2007년)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22.8%. 경기침체로 수주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LNG선과 해양선박 등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 때문에 포스코, GS, 두산,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DSME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치열한 경쟁 탓이었을까. 매각공고가 나오기도 전에 후보간 상호 비방전이 거세졌으며, 금융당국의 차입인수(LBO)식 인수금융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다.


급기야 국내 M&A시장의 강자인 두산이 DSME 인수를 포기했다. 두산은 “담수설비나 건설기계와 같은 기존 핵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에 값싸게 나온 관련기업 인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불참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두산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5500만유로(853억원)에 인수한 대형 덤프트럭 생산 업체인 노르웨이 목시 엔지니어링사 발표를 앞두고 DSME 참여포기를 공식화했다는 후문이다.

잇따른 대형 M&A가 자칫 그룹의 재무 여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화답을 한 셈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진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10조원을 주고 대우조선해양 한곳에 올인하는 것 보다는 1조원 짜리 글로벌 매물 10곳을 사들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2012년 건설기계분야 ‘글로벌 톱3’를 꿈꾸는 두산 입장에서는 DSME 인수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 경기 하강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인수를 통해 다이아몬드를 삼켜 소화불량에 걸리느니 숨은 진주를 찾는 것이 더 유리한 전략일 수도 있다.

통상 경기가 나빠질수록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진다. 대우조선해양을 포기한 두산이 핵심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숨은 진주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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