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불안 '불씨' 아직 안꺼졌다

더벨 황철 기자 2008.08.2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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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정에도 금리차 확대 지속…8·9월 발행급증 공급과잉 우려

이 기사는 08월20일(19: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채권시장 최대 이슈는 은행채다. 8월 들어 시중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재개하면서 시장 전체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나마 20일과 21일 금리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였지만, 추세적 변화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드물다.



약세장의 진원지인 환율이 여전히 들썩이고 있고, 향후 은행채 물량 급증으로 또 한번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겪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

특히 국채 시장 안정에도 은행채·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더욱 확대되고 있어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채 발행이 몰려 있는 8월말과 9월을 기점으로 채권시장의 일대 혼란을 점치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스프레드 연일 기록 경신 ‘행진’

실제로 최근 은행채 스프레드 확대 양상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AAA 은행채 3년물은 지난 6일 국고채(3년물) 대비 115bp의 금리차를 나타내며 시가평가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지난 13일 하나은행이 7% 금리로 자금조달에 나선 이후 스프레드 확대 추세는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전일(12일) 125bp를 시작으로 129bp(13일), 134bp(14일), 138bp(18일)로 매 영업일 4~5bp씩 벌어지고 있다. 국채시장이 강세로 돌아선 19일에도 143bp의 금리차를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며칠 내 민평 기준 150bp를 훌쩍 넘어설 공산이 크다.


20일 이미, 국민은행은 금리 7.23%로 6700억원 어치를 발행해 무려 151bp의 스프레드를 보였다.

증권사 한 채권딜러는 “20일 은행채가 대규모 발행됐지만 매수가 원활해, 부담감은 다소 줄어든 상태”라면서도 “채권시장 약세에 대한 반발 매수일 가능성도 큰 만큼, 안정기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또 “향후 스프레드 확대세가 주춤하더라도 은행들의 자금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차이를 크게 좁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앞으로 은행채 발행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급이 과하면 금리가 뛰는 것은 당연한 현상. 특히 8, 9월 은행채 신규 발행량이 몰릴 것으로 보여 신용스프레드 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할 수 있다.

실제로 20일 은행들은 하루만에 총 2조11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일괄신고한 은행들의 채권 발행액도 1조29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8월 예정액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올 연말까지 시중은행(지방은행 포함)들이 일괄신고한 은행채 총액은 17조 1800억원이다. 이중 8, 9월 예정액은 9조 600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총량의 52.7%로 절반을 넘는 수준.



특히 8월 발행 예정분 4조1000억원 중 현재 발행량은 2조6100억원으로 전체 63.66%를 나타내고 있다. 월말까지 남은 7영업일 동안 1조4900억원을 발행해야 한다는 계산. 여기에 산금채, 중금채, 농금채 등 특수채를 포함하면 2~3조원 가량의 은행채가 채권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8월말 이사회를 거쳐 일괄신고에 나설 우리은행 채권까지 포함하면 5조원에 육박하는 9월 예정액도 크게 늘어 날 수 있다. 최근 은행채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

하루에만 2조1100억원 발행



물론 일괄신고 자체로 은행채의 단기 급증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현재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둘 때 8월 이후 은행권이 월별 발행 예정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공산도 크다. 금융당국 역시 악의적 의도가 없는 이상 합리적 선상에서 월별 발행량을 이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월별 발행액을 무턱대고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은행권의 자금부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연말(8월~12월)까지 만기 역시 35조 8837억원에 달하고 있다. 당장 시장 상황을 고려해 발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연말까지 총액 자체가 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은행들이 20일 하루동안 2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발행량을 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매수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은 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약해 거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향후 은행들의 공급량 조절로 물량 부담이 줄어든다 해도 수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감원이 합리적 선에서 조정이 가능하다는 구두 답변을 내렸지만, 일괄신고 물량을 크게 조정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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