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가 지속될 수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8.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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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유럽보다 약세… 1.53~1.54弗로 반등 예상

달러화가 지난달 중순 이후 강세로 급반전하며 유로화 대비 1.5달러선 밑으로 내려섰다. 달러가 6년간의 약세를 뒤엎고 본격적인 랠리에 나설 것이라는 '강달러 주기론'도 나왔다.

그러나 강달러 추세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미국 경기 침체(Recession) 우려가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CNN머니는 13일(현지시간) '달러 강세가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달러화 추이를 전망했다.



강달러가 지속될 수 없는 이유


◇ 달러 8월이후 급속한 강세. 유로당 1.49달러

달러화는 8월 이후 완연한 강세로 돌아섰다. 달러/유로 환율은 7월 15일 장중 한때 1.6038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어제는 1.4919달러로 마감했다.



달러 강세는 수입물가를 잡아 인플레이션을 낮춰주는 경제 호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감소됐다.

그러나 CNN머니는 달러 반등이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에 더 이상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유럽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침체 위협을 겪고 있지만 주택과 금융 등 경제 펀더멘털면에서 미국이 유럽보다 더 약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어느 선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CMC마켓의 외환투자전략가인 아슈라프 라이디는 "달러 강세를 이끌만한 요인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최근 달러 강세는 한 쪽의 결점에 따른 것이지 한 쪽의 강세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 달러와 유로, 상반된 매력



달러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약세를 기록해왔다. 유로화는 1999년 1.17달러로 출발했다. 그러나 유로화 출범 22개월만에 달러/유로 환율은 0.83달러까지 추락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유럽 경제에 비해 뜨거운 뉴욕증시는 매력있는 투자대상이었다. 자금은 성장이 제한된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0년 3월 기술주 거품이 붕괴되고 2001년 이후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따른 막대한 전비 투입으로 재정적자로 돌아선 것도 달러에 치명타를 가했다.

그래도 주택 구입붐이 미국 경제를 2000년대 중반까지 받쳐주면서 달러 가치는 급속한 하락세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6년 말부터 주택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 위기는 증폭됐다.



미국과 유럽간 금리격차도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8월 신용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도 계속 물가를 잡겠다는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오히려 지난 7월에는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를 5.25%에서 2%까지 내렸다.

◇ 유럽 침체 위기 강조가 달러 급반등 계기



그러나 ECB가 지난달 중순부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달러화는 강세로 급반전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달러 가치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달러 강세를 예측하던 외환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1개월간 급속한 강세에 크게 놀랐다. 달러 강세를 외쳐온 메릴린치의 외환투자전략팀도 단기에 달러가 약세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메릴린치는 2009년 상반기까지 달러/유로 환율이 1.40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CMC마켓의 라이디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유로 환율이 내년에는 1.53~1.54달러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디는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 실업률이 정점에 도달하고 △ 주택 가격이 바닥을 치고 △ 금융부문이 개선되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 달러 추가 반등 힘들다

하지만 미국 경제 상황이 곧 개선될 것으로 여기는 전문가들은 없다. 신용위기에도 비교적 굳건한 모습을 유지하던 JP모간체이스마저 15억달러의 상각을 발표했다. UBS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제 및 금융시장의 현상황이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들어 7개월동안 4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잃었다. 경제학자들은 소매업체들과 자동차업체 등이 경기침체에 타격을 입으면서 감원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연준 관계자들도 이제는 경기침체에 더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들은 더 이상 달러 가치 반등을 뒷받침하는 요인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이 제로(0)를 기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껏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혼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은 더욱 놀라웠다.



라이디는 "달러 강세를 지속할 수 있는 한가지 요인은 유로존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것 밖에는 없다"고 내다봤다.

노던 트러스트 뱅크의 이코노미스트인 아샤 방갈로르도 "ECB가 금리를 인하할 경우에도 달러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ECB는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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