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논란 "약세 끝"vs"베팅 멈춰라"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8.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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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가 7년간 이어온 약세 국면에서 벗어나는가 아니면 지나친 저평가에서 벗어나는 반등인가.

지난 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럽 경제의 침체가 예상보다 심하다는 인식에 따라 하루만에 2.08% 폭등했다. 곧바로 '강달러 논란'이 불붙었다.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역대 2위의 하루 상승률이 나타나자 달러를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다.

◇기록적인 달러화 급등
7월15일만 해도 1.6038달러하던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주 1.5005달러로 떨어졌다. 지난주 4%를 포함, 한달이 채 안돼 6.4% 급락한 것. 장중 1.4998달러까지 하락해 심리적 저항선인 1.50달러 선을 잠깐 깨기도 했다.



强달러 논란 "약세 끝"vs"베팅 멈춰라"


일본 경제도 곧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일본 관료의 발언이 지난주 나오며 엔/달러 환율 역시 저항선인 110엔선을 넘어섰다. 주간 상승률은 2.3%였다.

전문가들은 침체의 터널을 한참 지나고 있는 미국 경제(펀더멘털)를 감안할 때 달러화의 장기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지난주 급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유럽 경제 침체를 무시하고 달러화가 지나치게 약세를 보인 데 따른 반작용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까지 인플레이션만 중시하고 침체를 외면한 채 지난달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며 유로화의 지나친 고평가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달러 펀더멘털은 매우 취약
블룸버그통신은 11일 달러화 강세 베팅에서 물러나야한다는 주장을 펴며 취약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여럿 제시했다. 지난 2분기 차압(포클로저) 건수는 일년전에 비해 100% 넘게 증가했다. 이번주 발표되는 7월 소매판매는 0.1% 하락해 2월 이후 첫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6월 무역적자는 598억달러에서 620억달러로 확대됐다.

미국 재정적자는 지난해 1630억달러에서 내년에는 무려 4820억달러로 대거 불어날 것으로 미정부측의 전망이 있었다. 심각한 주택침체에 따라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증권에 대한 상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고유가가 가져온 인플레를 의식하던 연준(FRB)은 결국 이같은 경기침체를 감안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2%에 불과한 금리는 미국 달러를 보유해야하는 매력을 떨어뜨린다.

◇달러화 베팅 자제하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주 급등 이후 고객들에게 더이상 달러화 강세에 베팅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런던의 바클레이와 뉴욕에 있는 메릴린치도 달러화가 최근 3주에 걸쳐 주요 6개 통화에 대해 5.1% 뛰었는데, 일련의 달러화 흐름을 고려할 때 강세가 유지될 수 없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연평균 4.23%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물가상승률은 3.3%가 채 되지 않았던 1990년대의 달러화 위상을 되찾는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지금 인플레는 5%가 넘고,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은 1.9%에 불과했다.

모간스탠리의 소피아 드로소스 전략가는 "달러화는 아직 (침체의) 숲을 나오지 않았다"고 비유하고 "달러화 펀더멘털이 우리의 기준까지 올라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는 달러화가 10월께 저점을 깰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 끝났다 시각도..침체는 이미 반영
달러화의 오랜 침체가 마무리됐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지난주 급등이 계기였다. 특히 시장에 참여해 매매를 하거나 조언을 하는 외환투자자, 전략가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펀더멘털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가격은 이미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는 것.



이들은 취약한 미국 펀더멘털이 장기간의 달러 약세에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달러에 대한 주요 6개 통화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01년말 이후 35% 급락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스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는 "달러 약세시장은 끝났다. 수년간에 걸친 달러 강세 시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강세론자들은 역사적으로 달러화가 5~7년간의 주기를 형성하며 움직였다고 주장한다. 2002년부터 시작된 7년 약세가 올해 마무리됐다는 판단이다.

뉴욕에 있는 FX컨셉트의 존 테일러 대표는 "달러 랠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달부터 달러를 사고 유로를 팔고 있다. 유럽 경제가 매우 안좋기 때문에 달러화 매입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흐름도 달러에 밀접한 영향
최근 달러화는 미국, 유럽의 펀더멘털 못지 않게 유가를 비롯한 상품시장 급변에도 적지않게 영향받고 있다. 달러화 반등과 유가 급락이 상승작용을 심하게 일으킨 측면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배럴당 145달러에서 115달러대로 유가가 급락하는 동안 달러화는 오르기를 지속했다. 신용경색 못지않게 상품시장도 달러화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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