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과도한' 개입의 그늘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8.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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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외환보유액 105억달러 감소로 사상 최대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달 외환시장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공격적으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08년 7월 말 외환보유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 달 외환보유액은 2475억2000만달러로 전달 대비 105억8000만 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월중 100억달러 이상 줄기는 한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종전까지 외환보유액이 월중으로 가장 큰 폭 줄었던 때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11월의 61억달러였다.

또 외환보유액이 2500억달러 밑으로 줄기는 지난해 4월(2472억5966만 달러) 이후 15개월만이다. 외환보유액은 올 상반기 중으론 41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올해 최고치인 3월말 2642억5000만달러에 비해서는 167억3000만달러가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지난달 7일 외환당국이 고환율의 일방적 쏠림현상에 대해 시장개입을 단행하면서 부터다. 한은은 “외환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이 이뤄진데다 유로화 엔화 등 비달러화 자산의 평가절하로 이들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7월 초와 비교해 환율은 달러당 30원이 넘게 떨어졌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4일에도 오전 중 환율이 1018원을 돌파했지만 갑자기 1015원대까지 떨어져 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결론이 났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한 외환딜러는 "외환 당국도 엄연히 시장의 한 주체이기는 하지만 시장이 지나칠 정도로 당국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의에서 "(외환보유액이) 2100억 달러가 넘으면 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한 점에서 앞으로 300억~400억 달러 가량은 시장에 더 풀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우리나라가 순채무국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도 외환보유액의 급감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선진국들도 동시에 경기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보유액의 급감은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지정학적 위험과 대외금융 여건 변화에 따른 파급영향을 더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경상수지 적자도 계속되고 있어 외환보유액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외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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