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소비자물가 급등하자 "당혹"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황은재 기자 2008.08.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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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엔 6%선 돌파 할 듯..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져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자 물가 당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생활물가지수도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세를 꺾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내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소비가 급랭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내수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수 있어 물가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5.9% 급등하면서 6%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상승률은 지난 98년 11월(6.8%)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고다.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7.1% 급등해 2001년 5월(7.1%) 이후 최고였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5.5%) 수준을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높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8월에는 6%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가가 7월 하반 월에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상반 월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이 8월 물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여기에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을 대기 중인데다 계절적 요인으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물가는 좀처럼 진정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8월에 부쩍 늘어나는 미국 본토의 허리케인도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 관계자는 “8월 물가는 유가와 공공요금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면 (6%대)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공공요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도 교란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추세로 볼 때 8월 물가상승률은 6%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도 5%대 이상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공공요금 인상을 제외한 8월 물가 상승률은 6.1%, 공공요금 인상을 반영할 경우 6.3%의 물가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은 내 주 금통위의 금리인상 여부가 관심이다. 물가 오름세가 이 같은 추세라면 금리인상 쪽으로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이미 7월 금통위에서 “한은 본연의 임무(물가 안정)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선제적 금리인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여전히 지속하고 되고 있어 하반기 통화당국의 긴축기조는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내수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8월 금통위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급준비율 인상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6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간 지준율 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인상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인상폭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게 되므로 이 두 가지(금리인상과 지준율 조정)를 함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집행부는 그러나 지준율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줄여 물가 상승세를 잡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현행과 같은 금리중심 통화정책 운영체제 하에서는 지급준비율 인상이나 총액대출한도 축소의 효과는 매우 작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준율 카드보다는 금리인상이 더 적절한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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