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한 인재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인터뷰한 끝에 그 회사에 맞는 최고의 적임자를 찾아내서 클라이언트에게 추천을 했다.
필자가 추천한 CFO는 여성이었는데 이미 국내회사는 물론 외국회사 등에서도 재무회계 담당자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는 인재였다.
클라이언트 쪽에서도 그 여성 CFO를 적임자로 판단하여 순조롭게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가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필자는 그 여성 CFO를 부사장 직위로 추천을 했는데, 클라이언트가 연봉은 더 올리더라도 전무 이상의 직위는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도 해당 기업에 필요한 사람은 전무가 아닌 부사장 직위를 가진 CFO였다. 그 회사는 당시 구조조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이었고,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전문 CEO와 균형과 견제를 이루며 동시에 CEO를 보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CFO가 필요했다.
그래서 필자는 부사장 자리를 줄 수 없다는 고객사 사장님에게 "왜 부사장 직위를 줄 수 없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 사장님은 "내가 부사장을 주기 싫은 게 아니고 다른 임원들이 모두 반대를 한다"고 우회적인 대답을 해 왔다.
해당 기업 사장님의 말에 내포된 의미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회사에서, 하물며 여성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기존 임원들과 적응, 융화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직위를 이유로 헤드헌팅이 지연되자 이 여성 후보자도 다른 보상이 좋으니 직위야 전무로 하더라도 그냥 이직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사를 필자에게만 표명했다.
사실 필자의 입장에서는 후보자가 모두 채용 조건에 합의를 한 이상, 더 이상 필자 혼자 부사장의 직위를 고집하며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또한 이 후보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부사장을 맡을 자질이 있고, 그 직위가 보장해주는 권한의 범위가 더욱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무라는 타이틀을 달아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을 편하게 하자고 적절하지 못한 직위로 헤드헌팅을 완료할 수는 없었다.
필자는 이러한 판단을 끝까지 믿고 고객사를 설득했고, 다행스럽게도 여성 후보자는 부사장의 타이틀을 단 재무책임자로 회사에 영입됐다. 그 결과, 여성 CFO는 부사장으로서 CEO를 성공적으로 보필하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회사가 도약하는 전기를 만들어 냈다.
그 당시 부사장 타이틀을 줄 수 없다던 고객사 사장님도 조직 내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를 보며 이후에 필자에게 당시 전무가 아닌 부사장에 임명한 것이 참 잘 한 일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직을 하면서 연봉 등 금전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직위를 합리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매우 중점을 두어야 할 사항이다. 특히나 임원급 인사에 있어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등 어떤 타이틀이 회사와 채용후보자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인지 상황을 면밀히 살펴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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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외국계 회사들 중에는 직위가 전문직 프로페셔널들에게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닐 때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내 조직은 권한이 직급에서 나온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보상을 얼마나 많이 받고 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조직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내고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인프라나 직위 체계가 잘 조성돼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이기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인재를 영입하는 조직에서도 어떤 인재에게 어떤 직급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해당 조직에서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정해진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