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2%·올해 -28%" 헤지펀드 수난시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8.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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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보도… 일부 펀드는 환매 요청에 시달려

지난 7월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자산은 증시도 달러도 아닌 상품이었다. 원유 선물 가격이 역대 최대 월간 하락폭을 기록하고 이를 포함한 상품시장이 28년 이래 최대 하락을 보였다. 신용경색, 약달러, 중국의 석유 수요 급증 등을 바탕으로 랠리를 보인 상품시장이 기록적인 약세를 보인 것이다.

불과 바로 전달인 6월에 폭등한 유가는 7월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 10일경 고점을 만들더니 2주만에 배럴당 16달러(11%)나 수직 낙하했다. 전세계 상품 가격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제프리-로이터 CRB 지수는 지난달 10% 하락, 지난 1980년 5월 10.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전망이 낙폭을 키웠다.



추세의 대반전이었다. 이같은 자산 가격의 '대(大)변곡점'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예상밖 급등과 급락 모두 위험하다.

이번에는 헤지펀드들이 말 그대로 추세의 변화 앞에서 눈뜨고 당했다. 수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그래서 다른 펀드들에 비해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헤지펀드들이지만 유가 폭락에는 두손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 여름 터진 신용경색에도 탁월한 전략으로 높은 수익을 내던 헤지펀드들이 올들어서는 극심한 손실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특히 7월 손실이 컸다.

런던에 위치한 보이어 앨런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운용하는 보이어 앨런 퍼시픽 펀드의 경우 올해 28%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52% 수익을 냈지만 7월말까지 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잃은 것이다.

보이어 앨런의 공동설립자인 니콜라스 앨런은 "6월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도증시가 급락하자 충격을 받았다"며 "경제 여건이 안좋은 상황에서 상품 가격 급등이 이토록 증시에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역시 런던에 있는 RAB 캐피털의 두 펀드(14억달러 규모의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와 7억5100만달러 규모의 RAB 에너지 펀드)는 올들어 지난달 24일까지 각각 32.5%, 27.4%의 손실을 입었다. 두 펀드는 원자재와 에너지에 집중 투자했다. 7월 마지막주에도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추가 하락함에 따라 손실은 더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헤지펀드의 전반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유독 7월 수익이 나빴다. 시카고에 자리잡은 조사기관인 헤지펀드 리서치가 60개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7월중 헤지펀드들은 2.8%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2002년7월 이후 최악이다. 이기간 S&P500지수는 1% 떨어졌다. 올들어 하락률은 14%.



헤지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운용사 '펀더멘털'의 제이 크리거 대표는 이에 대해 "인과응보"라고 말했다.

7월 손실로 올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펀드도 적지않았다. 뉴욕에 위치한 재나 파트너스의 대표 헤지펀드의 경우 6월까지 플러스 4% 수익을 냈으나 7월 한달에만 마이너스 9%의 마이너스 성적을 냈다. 올 전체 수익은 마이너스 6%. 2001년 출범 이후 해마다 20% 이익을 냈던 명성에 큰 흠집이 났다.

충격적인 손실에 돈을 빼가는 투자자들도 적지않은 상황이다.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이나 구조조정중인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하이랜드 크루세이더 펀드는 올들어 15%의 손실을 냈다. 전체 자산이 23억달러인데 최근 이중 20%에 대한 환매 요청을 바았다. 지난 1일 이 펀드를 운용하는 달러스 소재의 하이랜드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최대 9개월에 걸쳐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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