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美경제 발목..반등기회 못살리고↓

머니투데이 김주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2008.08.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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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현상 놓고도 수시로 바뀌는 해석..증시는 오락가락

증시는 생물과 같다. 복잡한 숫자들로 얽혀있어 정해진 공식에 따라 움직일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참여자들의 심리에 따라 제 멋대로 움직인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듯 복잡한 심리가 반영되는 주식시장은 그래서 예측이 힘들다.

최근 시장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어제는 유가가 많이 올랐음에도 뉴욕 증시가 급등했었고, 오늘은 유가가 떨어졌는데도 증시는 급락했다.



어제까지는 유가 진정이라는 방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유가가 진정되면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함께 진정돼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 심리가 증시에도 반영 됐었다.

그러나 같은 유가 진정세를 오늘 시장은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밤사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0.2% 밑도는 1.9%로 발표되면서 시장은 최근의 유가 안정 뒤에 실은 수요 둔화라는 악재가 숨어있었음을 깨달았다.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던 유가 안정이라는 재료가 GDP 성장률 악화와 맞물려 하루 만에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로 바뀐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수치상 5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증가해 44만 8000명을 기록했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기 하강 국면에 대한 우려가 미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유가가 크게 오르며 소비가 침체될 것이란 예상이 있어왔고 그것이 주가에 반영돼 많이 빠졌었다”며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왔던 악재이므로 GDP 성장률 감소 등으로 우려가 확인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조금 밑돌긴 했지만 조금 뒤집어 생각해 본다면 현재 상황에서 1.9% 성장률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므로 확인되는 악재들의 미국 시장 영향력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 시장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가계 부채가 국민 소득의 90% 수준에 이르고 있고, 시중금리가 올라가면서 상승하는 대출금리로 부동산 시장 침체 압력도 여전하다. 여기에 주택 미분양은 속출하고 있고 제 2금융권의 부실도 예상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투자분석부 수석연구원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간의 유가 상승이 국내 내수관련 각종 지표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그에 영향을 받은 투자 심리가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여기에 6월 9일 이후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도세를 이어오고 있는 외국인의 행보도 여전히 부담이다. 외국인이 어제 매수세를 보이긴 했지만 POSCO, 삼성전자, 동국제강 등 외국인 매수 종목들의 경우 대차잔고도 함께 줄었다. 어제 매수가 실질적인 매수가 아닌 그간 공매도 했던 부분에 대한 환매수였다는 뜻이다.



이런 외국인 매도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최근 지수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매수차익잔고가 줄어들어 프로그램 매수 여력이 다소 늘었다는 점은 오늘 시장을 어느 정도까지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전망 역시 예상일뿐이다. 어제 오늘 유가 안정이라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확연히 달랐듯 시장은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당장 시장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그 변수를 시장이 어떻게 해석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내일 새벽 발표되는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와 실업률 지표도 그 객관적 수치보다 그를 받아들이는 시장의 분위기에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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