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설정된 점프 업펀드는 국내주식펀드시장의 틈새를 겨냥하고 있다.코스피지수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정통 주류펀드와 달리 '구조조정기업'이라는 한정된 대상에 투자하고 있다. '점프 업'이라는 펀드 명처럼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가 급증하는 기업들에 집중 투자한다.
김 본부장은 이어 "투자기간이 다소 긴 것이 흠이지만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양호한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며 "구조조정기업 투자는 대형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의 설명처럼 점프 업펀드는 구조조정 기업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체 펀드자산의 70% 이상을 여기에 투자한다. 나머지 30%는 단기 트레이딩 목적으로 테마주나 이익모멘트 M&A 등 다양한 이벤트로 일시 급등락하는 종목 등을 편입한다.
유진자산에서 구조조정기업으로 분류한 투자대상은 모두 80여개 종목. 투자대상 종목은 ▲신규사업 진출 ▲적자사업 철수, 구조조정 ▲주주환원 및 감자 ▲재무구조 개선 등 4개 기준으로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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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 진출기업에는 동화약품, 영풍, 현대중공업 등이 해당된다. 적자사업 철수 기업으로는 하이트맥주, 오리온, 대원강업, 동원F&B 등이 분류된다. 주주환원기업으로는 금호전기, 리바트, 일성신약, 신성이엔지, 재무구조개선 기업으로는 한화, CJ홈쇼핑, SK, 한솔케미칼, CJ, 삼호, 한국타이어 등이 포함된다.
김 본부장은 "영업 재무 지배구조 등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80여개 기업들을 1차 분류한 후 계량적 분석을 통해 저평가 종목을 편입한다"고 밝혔다.
◆CJ계열사 편입 10위 안에 3개 포진
구조조정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일반 주식형펀드와 포트폴리오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수와 연동된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일반 주식펀드보다 적은 편이다. 대신 글로벌 차원의 산업구조조정이나 자회사 매각 등 구조조정기업의 비중이 높다.
6월 말 포트폴리오는 이 같은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으로 분류한 종목들이 편입 상위 10위안에 대거 포진해 있다. 상위 10위 종목은 삼성전자(10.9%), CJ제일제당2우B(10.0%), CJ2우B(8.9%), LG디스플레이(4.4%), 하나금융지주(3.6%), 코리안리(3.6%), CJ홈쇼핑(3.2%), 국민은행(3.2%), SK(3.1%), 기업은행(3.1%) 등이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편입한 것은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점도 고려했지만 그보다는 사업구조조정기업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삼성전자의 주력업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이 글로벌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 편입했다는 것. 김 본부장은 특히 "반도체와 LCD분야에서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LG디스플레이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LCD업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최근 주가는 약세지만 '혼돈'의 시대가 마감되면 재차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밖에도 김 본부장은 다양한 논리로 매수이유를 설명했다. 코리안리는 지난해 해외진출 사업부문의 정리에 따른 손익개선 기대효과, CJ홈쇼핑은 자회사의 지분법 적용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 자회사 매각 등으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은행주들은 은행 간 추가 M&A(인수합병) 기대감으로 사들였다.
다만 CJ제일제당 2우와 CJ2 우B는 무위험 차익거래를 위해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들 종목은 연말 보통주로 자동 전환하기 때문에 보통주에 비해 평균 10% 정도 할인 거래되는 현상을 이용한 일종의 무위험 차익거래전략이다. 10% 할인된 가격에 매수해서 연말 보통주로 전환하면 별다른 위험 없이 10% 차익을 번다는 설명이다. 다만 거래량이 적어 시간을 들여 적정 가격에서 매수하는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성과 가시화에 적어도 2년은 필요
지난해 말 설정된 점프 업펀드의 누적수익률은 -15.9%에 달한다(7월30일 기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5.9%)와 비슷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설정액은 232억원대에 불과하다.
김 본부장은 "아직 운용기간이 1년 미만이라 은행과 증권사의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투자대상 기업의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 판매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닝스타코리아의 이대석 펀드애널리스트는 점프 업펀드에 대해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턴어라운드 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며 "6월 말 현재 투자대상 42개 종목 중 CJ제일제당2우B, CJ2우B, CJ홈쇼핑 등 CJ그룹의 비중(19.82%)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10%를 투자한 CJ제일제당2우B가 조정장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수익률 방어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며 “적어도 2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일반 주식펀드보다 양호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