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장이 본 론스타의 서한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2008.08.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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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편지 아닌 하소연일 것"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승인 지연과 관련해 정부에 서한을 보낸 데 대해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사진)이 31일 입을 열였다.

요지는 투자자의 자금회수 요구에 시달리는 론스타가 곤궁한 처지를 설명했을지언정 한국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외환은행장이 본 론스타의 서한


◇"발칙한 편지 아니었다"=웨커 행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론스타의 판단을 모두 알 수도 없고 그 입장을 대변할 수도 없는 처지"라면서 자신이 판단한 정황을 설명했다.



웨커 행장은 우선 "문제의 서한을 읽어봤다면 그렇게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는 투자자로부터 '외환은행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압력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때문에 계약이 파기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웨커 행장은 또한 "지금 상황에서 론스타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 이를 설명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나 론스타가 서로 신뢰를 쌓을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서신으로만 커뮤니케이션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론스타가 손해배상 금액으로 '20억달러'를 언급했다는 보도에는 계약 성사를 바라지 않는 쪽의 자의적인 추측이라고 해석했다.

웨커 행장은 "론스타는 사모펀드여서 투자이익 최대화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라며 "론스타는 더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인수희망자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지만 외환은행 발전을 위해 최선인 HSBC와 계약 성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HSBC가 최선"=웨커 행장은 "외환은행은 HSBC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HSBC가 최선의 선택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외국계 은행과도 차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은행은 (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과 달리) 현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대주주만 바뀐다"며 "상장도 유지하고 노조와 갈등도 사전에 없앴다"고 말했다.


웨커 행장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규모가 커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경쟁력은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며 국내 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매달리는 것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또한 "HSBC 인수 후에도 외환은행 임직원 대부분이 그대로 남을 것"이라면서 "주요주주인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도 그대로 주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외환은행 지분은 론스타가 51.0%, 수출입은행이 6.3%, 한국은행이 6.1%를 보유 중이다.

웨커 행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국내 제조업체만 인수하고 합병해왔다면 지금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을 할 게 아니라 국제무대로 나가 한국의 금융산업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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