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쉐' 회장님, '지휘자' 사장님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08.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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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CEO論]4. 감성CEO- ①

"고객들이 만족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먼저 즐거워야 한다."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인 '쇼'로 국내 3G시장을 선점한 KTF의 조영주 사장이 최근 국립합창단 이사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언뜻 보기에 '깜짝쇼'같지만 그의 음악과 노래 실력을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해 조 사장은 재즈가수로부터 3개월간 특별 교습을 받고 무대에 올라 녹록찮은 노래 솜씨를 뽐냈다. 2006년 창사 10주년 전진대회에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등장해 직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 조영주 KTF 사장은 2006년 창사 10주년 전진대회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서 임직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 조영주 KTF 사장은 2006년 창사 10주년 전진대회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서 임직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지난 7월30일 전경련 제주 하계세미나 개막식장에서는 부인과 함께 CEO 패션모델로 변신하기도 했다. 조 사장의 '튀는' 퍼포먼스는 "직원들에게 고객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먼저 직원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감성의 시대

감성 CEO가 대세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권위적인 카리스마가 CEO의 기본 요건이던 시대는 지났다. 원칙에 입각한 사고보다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더욱 중시되는 시대다. 그만큼 직원들을 보듬고, 격려하면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직원들이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고 영감을 자극하는 감성 리더십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개성과 문화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세상이니 당연한 추세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경영합리화에만 연연해 직원들간 과잉경쟁을 자극하고 이기적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바람에 오히려 전체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인식도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이 됐다. 감성경영을 주창한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골맨은 자신의 저서에서 "사람과 조직의 완전한 변화는 감성에 기초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감성CEO


요즘 경영자중에는 소탈한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다가가는 스타일이 많다. 이메일이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듣는 CEO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스킨십 경영, 펀 경영, 직원 기살리기 운동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일할 맛 나는 직장이 돼야 능률도 오르고 직원 역량도 더욱 높게 발휘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 잡은 것이다.

▲ 지난 1월 신입사원들과 산행에 나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여사원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월 신입사원들과 산행에 나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여사원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감성경영의 대표적 인물이다. 박 회장의 감성경영은 '스킨십 경영'으로 통한다. 비공식 석상에서는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초 신입사원들과 같이 하는 등산을 한다. 산 정상에서 신입사원들과 휴대폰 '셀카'를 함께 찍으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는 '회장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해 자신이 몸담을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풀어준다. 직원들에게 깜짝 선물을 할 때도 많다. 지난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는 대한통운 여직원 700여명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선물을 하기도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감성경영 스타일이 돋보인다. 전 계열사 여직원들에게 다이어리를 선물하고, 임직원의 수험생 자녀들에게는 목도리를 선물한다. 복날에는 임직원 가족에게 삼계탕을 보내기도 한다. 이같은 감성리더십은 그룹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과거에는 카리스마로 몰아붙이는 불도저식 경영이 통했지만 지금은 여성적인 면이 경영에 더 중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5월 재무컨설턴트 시상식장에서 파티쉐 복장으로 등장해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줬다.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5월 재무컨설턴트 시상식장에서 파티쉐 복장으로 등장해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줬다.
금융권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손꼽히는 감성 CEO다. 신 회장의 '튀는' 감성경영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그는 매월 우수 직원과 함께 밥을 먹으며 칭찬해주는 행사를 100여 차례 진행했다. 보험왕 시상식에서는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영업사원의 발을 씻어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더가 딱딱한 틀을 벗고 친근하게 다가가면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쉽게 허물어진다" 말했다.



정태영 사장은 직원들의 창의적 마인드를 자극하기 위해 감성경영을 펼친다. 사내 여성 금융리더를 육성하는 '우먼스 네트워크'를 적극 지원하고, 세계 최고의 인재 양성기관이라 불리는 'GE 크로톤빌 연수'에 임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해외 배낭여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카드 사옥 1층에 운동기구를 두고, 회사 식당에는 주방 시설을 갖춰 직원들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즐거워야 능률이 '쑥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의 감성경영은 '펀(Fun) 경영'으로 불릴 만하다. CEO의 엄격한 이미지를 내던지고 직원과 친목을 도모하면서 즐거운 일터 만들기에 적극 나선다. 김신배 사장은 지난 5월 사내 행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가요제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김 사장의 무대였다. 자신이 직접 개사한 '되고송'을 불렀다. 또 사내 통신망에는 카페를 개설해 직원들 질의에 꼬박꼬박 답글을 달고 있다. 매년 어린이날과 대입 수학능력시험 때에는 해당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조이 투게더(Joy Together)'로 부르는 김정태 행장은 이른바 '망가지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하이파이브 인사를 하는가 하면, 본점 지하 생맥주집을 'JT' 룸으로 개조한 오픈행사에서는 웨이터로 나서 직원들에게 생맥주와 안주를 나르기도 했다. 지난봄 사내 행사에서는 머슴 복장으로 직원과 그 가족들을 맞이했다. 김 행장은 "즘 젊은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벽을 허물고 의사소통을 하자는 뜻"라고 설명했다.
▲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 4월 서울 을지로 본점 로비에서 파티용 모자를 쓴 채 출근하는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 4월 서울 을지로 본점 로비에서 파티용 모자를 쓴 채 출근하는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 구미공장 직원들이 모인 송년회에 자리에서 숨겨왔던 색소폰 솜씨를 뽐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창활 애경 사장은 직원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매달 생일을 맞은 직원들에게 바비큐 파티를 열어준다.

◇"문화적 감수성으로 다가서라"

윤영달 해태크라운제과 회장과 심영섭 우림건설 회장은 사내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이 창조경영의 근간인 창의력 제고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식품제과 산업은 문화산업'이라고 말하는 윤 회장은 2004년 말부터 비즈니스 교육과 교양 강좌로 구성된 '모닝아카데미'를 매주 열고 있다. 강연 뒤에는 미술전시회와 라이브 음악회도 열어 직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한다. 직급별로 다양한 독서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주말에는 임직원들과 산을 찾는다.

심 회장 역시 문화가 살아 숨쉬는 일터를 강조한다.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뮤지컬 관람 등 다양한 부서별 문화활동을 즐긴다. 유명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 명사들이 참여하는 사내 문화강좌는 지난 10여 년 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또 '책 나눔 캠페인'을 통해 매달 5500여권의 책을 임직원과 가족, 인연이 닿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월례 조회조차 시낭송회나 미니콘서트 형식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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