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측 스스로도 새로 출범하는 삼성의료원 조직에 대해 "삼성그룹의 전략기획실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 만큼 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체계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영문명이 삼성헬스케어그룹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삼성측은 삼성의료그룹의 탄생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헬스케어그룹 출범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 취임한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 이윤우 부회장이 앞으로 발굴해야 하는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헬스케어분야와 통합, 바이오칩개발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삼성이 의료.바이오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본격적인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병원과 생명과학연구소, 삼성전자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생명과학연구소가 병원과 삼성전자를 잇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부설연구기관인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는 삼성서울병원, 즉 성균관의대 교수진들이 책임연구자로 대거 포진돼 있다. 특히 삼성생명과학연구소의 임상의학 분야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대부분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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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의학연구센터 임상시험연구부와 실험동물연구센터는 삼성서울병원의 임상시험센터와 거의 조직을 같이 한다. 연구소 임상시험연구부장이자 서울실험동물연구센터장인 홍성화 이비인후과 교수는 병원 임상시험센터장도 동시에 맡고 있다. 분자의학이나 유전체연구센터는 기초의학 교수들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에대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병원 교수들이 연구소에 파견 나가있다고 보면 된다"며 "병원과 연구소의 연구가 중복되는 만큼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삼성생명과학연구소는 암부터 심혈관질환까지 다양한 임상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예산은 삼성전자와 병원, 국책과제 수주 등을 통해 조달한다. 1995년 설립 당시에는 삼성그룹의 첨단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삼성종합기술원 소속이었다. 이후 연구비 조달의 한계 때문에 삼성전자 산하연구기관으로 이전됐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명과학연구소는 의대와 병원의 연구를 활성화해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 병원은 비영리법인이라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데 한계가 있어 삼성전자 산하에 두고 운영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삼성의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 "의대와 병원, 연구소가 통합돼 시너지를 발휘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연계된다면 삼성의 의료바이오사업 경쟁력은 막강해질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이 의미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