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연 속으로… 곧 침체 선언 전망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7.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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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미국-1]머지않아 누가봐도 심각한 침체로


세계 경제의 기관차 미국이 벼랑끝으로 내 몰리고 있다.

1년여 지속된 금융 위기의 진앙인 주택시장의 침체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책에도 개선은 커녕 오히려 미국 전체를 빨아들이는 바닥 모를 심연이 되고 있다. 팍스아메리카나 질서 확립을 위해 벌인 이라크 전쟁 등 전비는 이미 한국전을 뛰넘어 베트남전에 버금가는 큰 부담으로 사상 최대의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



백악관은 급기야 28일(현지시간) 경제성장 전망치마저 1.6%로 수정했다. 지난 1월 발표때보다 무려 1.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아직 공식 침체는 아니라지만 실질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고 인정해야한다는 비관론도 커진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추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흔들리는 달러는 전세계를 요동치고 슈퍼파워 미국의 위상 약화는 무질서를 부를 수 있다.



벼랑끝에 몰린 미국을 3회에 걸쳐 긴급 조명한다. [편집자주]


◇벼랑 끝에 내몰린 미국 정부
월가의 대표적 이코노미스트로 '족집게'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지난 15일 머니투데이에 긴급기고를 보내 'AAA' 최고등급을 자랑하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제기했다. 미재무부와 연준(FRB) 그리고 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유동성 위기에 빠진 패니매와 프레디맥 구제금융을 발표한 직후였다.

사실상 100% 미국 정부의 지원과 자본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이들이 모기지채권 및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보증한 규모는 5조달러에 달한다. 부실로 1%만 상각해도 손실이 500억달러(50조원)다.


손 교수는 그렇지않아도 부채를 갚기 위해 매일 30억달러를 빌려야하는 미정부의 손실부담은 커질 수 있고 이는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2008년 10월~2009년9월) 미국의 재정적자는 4900억달러로 사상최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과 밑도 끝도 없는 금융권 지원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의 대차대조표는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지난 토요일(26일) 긴급 표결을 거쳐 상원을 통과한 주택시장지원법안에는 재무부가 두 국책모기지업체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미정부가 사실상 인수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깊은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말려드는 미정부의 모습이다. 이런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는 하루도 빠짐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주택경기 침체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를 보완해 28일 밝혔다.

◇FRB 공격적 금리인하 불구 문제 해결 전혀 안돼



미국은 전세계 생산(GDP)의 4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항공모함이다.
당장 주택시장 버블 붕괴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금융권의 부실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연준(FRB)은 신용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5.25%이던 기준금리를 8개월만에 2.0%로 전격 인하했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위기는 잡히지 않았고, 달러화 추락이라는 후유증만 자초했다. 금리인하로 불어난 유동성은 원유 곡물 금속 등 필수품으로 몰렸고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5%까지 뛰어 목표치(2%)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다음달 1일 발표되는 7월 고용지표를 포함, 고용시장은 7개월 연속 위축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증시는 고점대비 20% 넘게 하락해 공식 약세장에 접어들었고, 20대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일년전에 비해 15% 넘게 하락했다. 이러다보니 미국 경제의 71%를 차지하는 소비경기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6월 소매판매는 전달에 비해 0.1% 증가해 사실상 정체됐다. 대표적인 민간소비지표인 미시간대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85에서 올해는 50대 중반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백악관도 급기야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성장 전망치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발표한 전망치 2.7%에서 불과 6개월만에 1.1%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의 3%에서 2.2%로 낮췄다.

◇미경제 곧 공식 침체 선언 전망



31일 발표되는 미국의 2분기 GDP는 2% 넘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블룸버그가 2.3%, 마켓워치가 2.1%의 증가율을 예상했다. 미국 경제가 1분기 1%에 이어 2분기에는 더 확장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약달러를 바탕으로한 수출 호전에 따른 수치상의 생산성 증가일 뿐 소득, 고용, 도소매 판매, 산업생산 등 침체를 가늠하는 기준인 다른 지표들은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중 공식적인 침체 여부를 판가름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공식 침체를 선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통상 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 경기침체로 인정하지만 GDP를 제외한 모든 지표들이 악화된 만큼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8일 현재 미국 경제가 생산 감소가 없는 공식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문제제기했다. 집값 급락, 고용시장 위축, 배럴당 4달러를 넘어선 휘발유 가격, 금융시장 약세 등을 고려할 때 정답은 '침체'라는 것이다.

스탠포드대학의 로버트 홀 교수는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은 경기침체와 유사한 고용의 하락과 실질 생산의 부진을 강력하게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BER 위원인 제프리 프랭켈 하바드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는 수차례 침체 위협을 겪었지만 그 때마다 잘 빠져나왔다"며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과거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1982년 이후 최악의 침체 가능성
공식 침체를 방어하고 있는 GDP도 연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않다. 1100억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 효과가 사라지는 반면 다른 지표들은 계속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월 침체가 시작됐다고 믿고 있는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6년전 위쪽으로 시작된 20년주기의 신용 사이클이 역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최악의 주택 버블이 해소되고 있고 경제는 곧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간스탠리는 4분기중 침체가 시작돼 2009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침체가 공식화되면 고용이 위축되기 시작한 지난 1월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선언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지금의 침체는 8개월간 지속된 2001년과 1990~1991년때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81~1982년까지 이어진 16개월 침체에 맞먹는 심각한 침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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