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도 휘파람 부는 종목은?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8.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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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나쁜 이미지 착한 주가 '죄악주식'

삶이 팍팍해지면 담배를 끊었던 사람도 다시 담배를 입에 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불경기 탓에 술을 마시는 횟수도 늘어간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탕의 유혹'도 강해진다. 점점 주머니가 비어가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도박을 통해 '한방에 인생역전'을 노리는 욕구도 치솟는다.

증시도 이 같은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불경기에 증시라고 홀로 꿋꿋이 '고고한 자태'를 뽐낼 수는 없는 법. 특히 국제유가는 최근 조금이나마 추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여기에 미국의 주택경기 부실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면서 글로벌증시는 날마다 출렁인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종목이 있다. 바로 죄악주식(sin stock-술과 담배, 도박 등 사회적으로 이미지가 나쁜 주식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이미지는 나쁘지만 주가는 이미지 좋은 기업 못지않다. 특히 최근 고유가와 미국발 신용위기 재발 등 요인으로 증시가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도 이들 기업의 주식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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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도 '잘나가네'



코스피지수는 5월19일 올 들어 장중 최고가인 1901.13을 찍은 뒤 미끄럼틀을 타면서 지난 7월16일 장중 1488.75까지 주저앉았다. 두 달도 채 안된 시기에 27.8%나 고꾸라진 셈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진정세를 보이고 미국증시가 힘을 얻으면서 1600선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7월24일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올해 고점대비 16.9% 감소했다. 그러나 죄악주식들은 다르다. 내리더라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

담배제조회사 KT&G (107,100원 ▲400 +0.37%)는 최근 조정장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코스피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을 시작한 지난 5월19일 이후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T&G는 5월19일 종가 기준 8만8700원이던 주가가 7월24일 8만8400원으로 0.3% 하락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6.9%나 추락했지만 거의 떨어지지 않고 강한 내성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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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는 2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8.4%와 10.0% 증가한 7000억원과 2631억원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KT&G가 하반기에도 견조한 이익 증가를 이어가며 투자대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주 연구원은 "경기침체기에도 담배 소비 감소는 제한적이고 고가 담배의 비중확대와 수출 증가로 7~8% 수준의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로 유명한 강원랜드 (17,730원 ▼150 -0.84%)도 보통내기가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4.8%만 내려앉는 저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강원랜드의 방문객수는 전년대비 18.3% 성장한 290만명으로 예상된다. 200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지난해에 비해 각각 10.6%와 15.2% 증가한 1조1799억원과 4815억원으로 예측됐다.

카지노용 모니터를 만드는 코스닥기업 코텍 (7,610원 ▲70 +0.93%)도 주가 하락기를 잘 견디는 종목으로 꼽힌다. 코텍도 지난 5월19일 7960원이던 주가가 7월24일 7600원으로 4.5% 하락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16.2% 급락한 것에 비하면 하락폭은 '새발의 피'다.



주류업체도 주가 하락기에 튼실한 방어력을 과시하고 있다. 두산 (164,900원 ▲1,600 +0.98%)은 같은 기간 주가가 17만7000원에서 15만4000원으로 12.9% 내렸다. 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4.0%포인트 이상 높다. 국순당 (4,920원 ▲60 +1.23%)도 증시 하락기에 주가가 7.0% 하락했지만 주가하락률은 코스닥지수 낙폭보다 9.2%포인트 웃돈다.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소주제조 업체 무학 (6,300원 ▲80 +1.29%)도 5.3% 하락하는데 그쳤다.

지난 7월23일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소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했다. 맥주와 위스키 판매량 증가율도 각각 4.4%와 5.5% 늘었다. 그만큼 올해 상반기에 속이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반증인 셈이다.

◆여행ㆍ항공 등 '웰빙'은 먹구름



반면 여행과 항공 등 일명 '웰빙주식'은 높아진 기름 값과 허리띠를 불끈 졸라매는 바람에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높아만 가는 물가에 느긋한 여행은 언감생심인데다 치솟은 환율과 유가 탓에 경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여름철 여행 성수기(7월19일~8월24일)에 하루 평균 공항이용(출입국 포함) 예상인원이 9만87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8256명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마다 같은 기간에 8~10%가량 늘던 해외여행객 증가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방에만 박혀 휴가를 보내는 '방콕족'이나 높아진 경비부담으로 국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불경기에도 휘파람 부는 종목은?
하나투어 (47,750원 ▼900 -1.85%)는 지난 5월19일 5만4900원이던 주가가 7월24일에는 3만5850원으로 34.7% 내려앉았다. 모두투어 (10,270원 ▼190 -1.82%)도 같은 기간 주가가 42.7% 떨어졌다.



올 초 7만원대를 유지하던 대한항공 (22,550원 ▼50 -0.22%)은 최근 4만8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아시아나항공 (9,770원 ▲280 +2.95%)도 올 초 8000원대를 넘나들었지만 5000원대 초반에서 맴돌고 있다.

이주병 HMC투자증권 (9,220원 ▲120 +1.32%) 연구원은 여행주들의 상반기 부진에 대해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여행경비 부담 증가, 내수경기 회복 부진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주가가 떨어진 만큼 주가매력도가 높고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 주가의 회복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심원섭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여행업의 경우에는 환율이 추가적으로 급등하지 않는 한 출국수요의 회복이 점증될 것으로 관측 된다"며 "여행사들의 실적개선도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조병희 키움증권 (132,000원 ▲400 +0.30%) 연구원은 항공 관련주에 대해 "하반기 유류비 증가로 인한 항공사의 부담은 국제유가 급락이 아니라 상승세만 둔화될 경우에도 해소될 것으로 판단 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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