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힘 살아난 MB, 국정장악 나서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7.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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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청와대 세종실. 매달 1차례 열리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5차 회의를 주재한 이명박 대통령이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모두발언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보니까 개혁이 뒤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내가 목소리를 낮추니까 그런 애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한국 사회는 목소리가 커야 일이 되는 것 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목소리는 낮추겠지만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겠다. 특히 어려운 이 시기에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에는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법은 알기 쉽고, 지킬 수 있어야 하고 법 집행은 투명하고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새 정부가 지향하는 법치주의"라며 "처벌위주, 행정위주의 현행 법률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기업인 양벌규정'을 개선해 종업원 범죄의 연대책임을 지던 기업인 처벌을 면제하고 과도한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 처분도 대폭 완화하라고 세부방향까지 제시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의 목소리에 예전처럼 다시 힘이 실리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오늘 회의에서 발표된 양벌규정 개선과 행정제재 완화 등은 그동안 국가경쟁력을 가로막아온 법적, 제도적 대못을 뽑는 작업으로 이해해 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최근 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쇠고기 파문과 촛불시위, 독도 영유권 발언 진위논란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타고난 다변(多辯)인 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졌고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1기 참모진을 전원 경질하는 극약처방에도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고 대선승리 일등공신인 '747 공약(경제성장 7%-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위 경제대국 진입)'이 중도 폐기된 가운데 경제전망마저 암울하게 흐르자 국정장악력도 눈에 띄게 약화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발언을 자제하고 무서울 정도로 자기 성찰에 몰입했다"며 "각계각층 인사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집권 초기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국정장악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9월 정도까지 전열을 재정비한 뒤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건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일방통행식 정책이 불러온 민심이반을 달래기 위해 여론을 살펴가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이후 경제회생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 속도 조절, 지역 민심을 감안한 지역발전 전략 마련, 독도, 금강산 사태에 대한 차분한 대응,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보완 등이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도 전날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경제가 어려울 때 욕을 먹더라도 국가경쟁력을 배양하는 등 차근차근 잘하겠다"며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고 국정장악력 회복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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