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기자실 깜짝방문..30여분간 환담 나눠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7.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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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진상조사가 우선, 대북 특사 굳이 제안할 필요 있나"
- "독도사태 관련, 한중일 정상회담 참여 여부 좀더 생각해 봐야"
- "지역개발, '선(先) 지역 후(後) 수도권' 생각 갖고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오후 5시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을 예고 없이 방문해 3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 이 대통령이 기자실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말 삼청동 안가에서 테니스를 치고 돌아오던 길에 깜짝 방문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대북 특사를 제안해도 북한이 안 받아들일 텐데 우리가 굳이 (특사를) 제안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에서 대북 특사 파견을 주장한 데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특사는 남북 문제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며 "북한이 역사적으로 그런 데 잘 답변을 안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여성 민간인 관광객에게 뒤에서 총격을 가한 것은 남북문제를 떠나 국가간 통상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북한에서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도록 당사국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 사태와 관련, 한중일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정상회담 날짜가 안 정해졌다. 9월이니까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한중일 회담은 한국이 제안해서 우리가 이니셔티브 쥐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공기업 선진화 등 공약이 지연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경제가 어려울 때 욕을 먹더라도 국가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며 "차근차근 다 잘할 거다.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고 공약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개발정책과 관련, "나는 '선(先) 지역 후(後) 수도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역과 수도권이 이해관계가 다른 게 아니다"며 "이제까지 대구와 경북, 광주와 전남 등 행정구역 관점에서 하다 보니 발전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주말부터 4박5일간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에 대해 "여름휴가를 안 가려고 했지만 대통령이 휴가를 가지 않으면 장관 등 공무원들이 휴가를 못갈 것 같고 많은 사람이 휴가를 가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아들 시형 씨가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 (17,260원 ▼690 -3.84%)에 입사한 것과 관련, "가장 안전한 데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디를 보내도 말이 나올 것 같아 걱정했는데, 둘이서(아들 시형씨와 사위 조범현 한국타이어 부사장) 의논을 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 씨(30)는 지난 21일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이 씨는 한국타이어 본사 국제영업부문에서 3개월간 인턴사원으로 일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셋째 딸 수연(34)씨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 아들 조범현(37) 부사장과 결혼해 사돈관계가 됐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기자실 깜짝 방문에 대해 "오는 주말부터 여름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안부인사차 기자실을 들렀다"며 "대통령께서 언론과 접촉을 좀 더 하라는 주변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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