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 이명박 정부는 전체 300여개 공공기관 가운데 88개에 대해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공적자금 투입 회사, 철도공사와 주택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 기관 등이 총 망라됐다. 한국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등 독점 에너지기업도 기업분할 등을 통해 시장 경쟁 체제를 갖춘 뒤 민영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같은 민영화 대상 축소는 공기업 매각이 특정 자본에 특혜를 주고 대대적인 공공요금 인상을 불러일으킬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할 때 여론 수렴의 과정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영철 기획재정부 공공기획국장은 "8월 중순부터 '특정 공기업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라는 주제로 부처별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으로는 어떤 기업을 민영화할지도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기업 민영화 추진 때에는 고용 승계를, 공기업 통폐합 추진 때에는 인력 자연 감소를 원칙으로 내세운 것도 선진화 추진 과정에서 노사간의 불가피한 잡음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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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부의 '선(先) 지방 이전-후(後) 선진화' 방침으로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 방침보다 더욱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이전이 확정된 공기업의 경우 혁신도시 건설이 완료된 2012년 이후에야 민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현 정부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영화를 하고 나면 종전 주인(정부)이 지방 이전에 관여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해 지방 이전이 결정된 공기업은 사전에 민영화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시사했다.
또 통폐합 기관의 지방이전과 관련해서도 정부 관계자는 "기관이 통합되면 어느 기관 하나는 사라질 수 있는 있다"며 "이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흡수돼 사라지는 공기업이 이전하기로 한 혁신도시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