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공기업 선진화를 진두지휘하는 기획재정부와 각 공기업을 관리하고 있는 정부 부처간에 여론 수렴과 관련한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제출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쯤 공청회나 토론회 등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됐거나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여론 수렴과 관련한 어떠한 계획도 없이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여론 수렴은 우리 부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지식경제부와 협의해 정해야 하는데 아직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통합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양측 노동조합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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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역시 여론수렴 계획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론수렴을 언제, 어떻게 할지 전혀 정해진 게 없다"며 "재정부의 지침을 받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법 제정이나 개정을 하려면 반드시 공청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공기업 선진화도 여론 수렴을 하려면 그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금융위 산하기관 가운데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향후 한국개발금융(KDF)이 신설돼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업무가 이관될 경우 신보와 기보의 업무 영역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신보·기보 내부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부처 가운데 최대 산하기관을 보유한 지식경제부도 여론 수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 당국자는 "여론 수렴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우선 정부 부처간 지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영화 및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기업 직원들은 정부가 여론수렴 없이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확정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해당사자인 기관이나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청회 없이 정책담당자들의 손에 의해 민영화나 통폐합이 결정될 경우 현실과 괴리되는 조직이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여론이 악화됐을 때는 '여론 수렴' 방침을 언급하다가 사태가 진정되자 다시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