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신뢰위기 가세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1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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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지표·기업실적 봇물…외인 매도 변함없을 듯

미증시가 초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25%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다가 -0.41%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도 +1.13%에서 -0.9%로 돌아섰다. 나스닥은 +1.22%에서 -1.17%로 급반전됐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책이 발표됐지만 이들의 주가는 각각 5.1%와 8.3% 하락했다.
지난주말 미국 2위 독립 모기지 업체인 인디맥뱅코프의 영업정지 여파로 지방은행이 일대 타격을 받았다.



유타주 지역은행인 자이언스뱅코프는 23.2% 추락했고 내셔널씨티은행과 M&T뱅코프도 각각 14.7%와 15.6% 급락했다.
퍼스트 호라이즌 내셔널 코프는 24.8%나 떨어졌고 리전스 파이낸셜, 소버린 뱅코프 등 지방은행들도 일제히 10% 이상 하락했다.

미 최대 저축 대부업체인 워싱턴 뮤추얼은 34.7% 폭락했다.
뿐만 아니라 모기지채권을 상당규모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의 낙폭도 무시못할 수준이었다.



오는 17일 실적 발표가 예정된 메릴린치가 6.3%, JP모간이 4.4% 하락했으며 18일 실적을 내놓은 씨티은행도 6.0% 떨어졌다. 다음주 월요일 실적을 발표하는 뱅크오브어메리카(BOA)는 7% 넘게 급락했다.

AIG(-2.3%), 아메리칸익스프레스(-4.3%), 골드만삭스(-2.3%), 모간스탠리(-5.1%) 등 금융주는 모조리 하락을 면치 못했다.

미정부가 일요일 저녁 부랴부랴 비상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지난 3월17일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준(FRB)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재할인창구를 오픈하고 재무부가 이들의 신용한도를 늘림과 동시에 지분 매입에까지 나선다고 했지만 시장은 두번 속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된 뒤 주택가격 하락세가 끊이질 않고 모기지채권 상각에 따른 유동성 부족과 신용경색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문제가 해결된다고해도 결코 끝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국제유가(WTI)가 나흘 연속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부담이 증폭되고 있는 상태에서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유동성 추가공급이 원자재 가격 재급등을 불러낼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시키지 못했다.



이번주에는 존슨앤존슨, 인텔,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코카콜라, 허니웰 등 비금융업종의 실적도 쏟아지기 시작하는 데 제조업의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 어느 쪽이든 둔화 조짐이 보인다면 금융업종 뿐만 아니라 비금융업종의 주가까지 하락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려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 정부당국의 방안이란 게 여전히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과 파산 모면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이제는 신뢰 위기까지 가세하는 모습이다.

지난 20∼30년간의 주가 대세상승 국면을 유지시키기 위한 대응방안에 이미 헛점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임시방편적으로 유동성 공급에만 의존하는 대응을 해서는 사태 해결은커녕 악화를 조장하지 않으면 다행인지 모른다.



미국 금융기관의 주가하락과 부실채권 확대 흐름이 끝나지 않는 한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행진도 멈추기 어렵다.
이미 26일 연속 7조30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이 주식매도를 이어간다면 기관이나 연기금의 힘으로는 주가방어가 불가능하다.

이미 일부 국내 및 해외펀드에서 환매가 시작된 현재 개인이 이전처럼 주식 매수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재차 1만1000선 붕괴에 직면해 있는 다우지수 대비 1560선으로 반등한 코스피지수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상태다.
철강·기계·조선 등 미래에셋이 선호하는 중국 관련주가 최근 반등을 주도했지만 미증시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물타기 매수분 또한 손실을 입는 포지션에 포함될 수 있다.



전날 코스피시장 거래량이 2억5709만주, 거래대금이 3조8348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장이 침체됐다. 전강후약의 등락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거래가 위축됐다는 것은 시장이 활력을 잃었으며 추세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오늘밤부터 미국에서는 생산자물가(PPI), 소매판매, 기업재고 등의 경제지표도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느 것 하나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할만한 게 없다.

미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추세를 바꾸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한 이상 신뢰위기마저 커지게 하는 미봉책이 되풀이되지 않는 게 그나마 추가 악재를 줄이는 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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