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료 유출이 위법 아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7.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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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자료, 봉화마을로 유출… 5대 쟁점

- 자료유출… 불법 vs 절차문제 있지만 위법 아냐
- 자료반환… 즉각 반환 vs 열람서비스 보장되면 반환
- 자료이관… 일부 누락 vs 다 넘겨
- 원본유출…하드디스크 통째 유출 vs 복사본 보관중

자료 유출을 둘러싼 현 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는 13일 정진철 국가기록원장 등 조사단을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보내 대통령기록물 반환을 요청했으나 자료유출의 적법성·자료반환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충돌했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워낙 큰데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이 문제를 정치적 의도가 깔린 공세로 파악하고 있어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자료유출… 불법 vs 절차문제 있지만 위법 아냐 = 우선 노 전 대통령 측은 자료유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정 원장과 김영호 행정안전부 1차관, 임상경 대통령기록관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열람권을 가진 전직 대통령이 자료를 가져갔는데 왜 유출이라는 악의적인 표현을 쓰느냐"며 각을 세웠다.

"절차상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자료유출이 열람권의 일부를 행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 원장 등은 이에 "자료가 기록원 밖에 있는 것 자체가 위법이니 즉각 반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법성 논란의 핵심은 자료 유출을 열람권의 하나로 볼 수 있느냐는 점.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료 유출까지 열람권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 자료반환… 즉각 반환 vs 열람서비스 보장되면 반환 = 노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은 "확실한 열람서비스가 보장되면 반환하겠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현재 군사기밀 통신 및 정부 행정전산망으로 쓰이는 KT 전용망을 통한 온라인 열람이나 국가기록원 직원이 직접 봉하마을 자료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저에서 자료 열람이 가능해지면 즉시 자료를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열람서비스는 이 사건과 관련 없이 하겠다고 밝혔지만 '선 반환 후 서비스냐 선 서비스 후 반환이냐'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람 서비스에 여러 대안이 있지만 국가기록원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관련기관과 검토한 뒤 (노 전 대통령 측과) 다시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료이관… 일부 누락 vs 다 넘겨 = 노 전 대통령 측이 재임시절 기록 일부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고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의혹은 이번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전 자료와 개인자료 등 이관 의무가 없는 것을 제외한 모든 국정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넘겼고 인사 관련 자료는 아예 봉하마을로 가져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자료를 안 넘겼다고 하는 것은 나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국가기록원이 사저의 모든 자료를 직접 복사해 가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측은 "복사에 10시간 이상이 걸린다"며 이날 조사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 보관 중인 자료와 국가기록원 이관 자료의 비교검증 작업을 실시하지 않았다.

◇ 원본유출…하드디스크 통째 유출 vs 복사본 보관중 = 국가기록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이지원시스템'의 서버 1대가 노 전 대통령 사저에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하드디스크의 원본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하드디스크를 확인했으나 육안으로 확인할 부분과 기술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 맞다, 안 맞다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드디스크의 시리얼 넘버(일련번호)와 관련해서도 "번호만 보면 바로 확인될 것 같았으나 기술적인 분야로 들어가면 그것이 바로 확인이 안 된다"며 "육안으로 번호가 다르다고 해서 확인될 사항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측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청와대 하드디스크는 국가기록원에 자료 진본을 넘겨준 뒤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 뒤 폐기했다"며 "폐기 장소와 주체, 이들이 폐기 뒤 청와대 정보보안위원장인 총무비서관에게 구두보고했다는 것을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 국가기밀 해킹 우려 없나 = 봉하마을에 보관 중인 일부 자료가 남북관계 등 국가기밀문서로 알려진 가운데 해킹으로 인한 외부 유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은 "확정하기 전에는 말할 부분이 아니다"면서도 "외견상으로는 (이지원시스템이) 외부망과 단절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날 조사에서 '페이퍼컴퍼니' 논란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천 전 대변인은 정부 조사 뒤 "청와대가 유령회사라 밝힌 디네드는 2004년 설립된 아이티 업체로 청와대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에 관여해 왔다"며 "이지원을 개발한 S사에서 법인과만 계약할 수 있다고 해 관리 실적이 있는 디네드를 통해 계약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이 노 전 대통령이 내부회의에서 자료 유출을 직접 지시했다는 동영상을 찾아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 측은 "자료 이관에 대한 원칙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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