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떨군 KT…올해 '12조 깨기' 포기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7.10 16:30
글자크기

민영화후 2번째 뒷걸음질...KT "대외적 환경변화 탓"

KT가 추락하는 공룡의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KT는 10일 연간 매출, 영업이익 등 연간 경영목표를 대폭 하향조정했다. 2005년 8월 남 사장이 취임한 이후 두번째 뒷걸음질이다.

KT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악화된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연초 제시한 가이던스를 불과 6개월만에 하향조정함으로써 KT는 경영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KT가 올해 매출 목표 11조9000억원을 달성하더라도 2001년부터 시작해 8년째 매출 12조원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성장정체를 탈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KT 경영실적 추이 (단위 억원)▲KT 경영실적 추이 (단위 억원)


◇경영목표 하향조정...본질적 체질개선 지연 탓



KT는 올해 매출목표를 12조 이상에서 11조9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목표도 3조6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내렸다.

맹수호 KT 재무실장은 임시 컨퍼런스콜에서 "유선통화량 감소세가 예측했던 것 보다 빠르고, 아웃소싱 관련 인건비 등 일시적인 비용이 증가했으며, 하반기 결합상품을 중심으로 예상되는 치열한 경쟁환경을 반영, 연간 목표실적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선통신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이동통신요금 인하와 인터넷전화의 확산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선전화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KT의 경영적 고통은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등의 요금인하 압박으로 이통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요금인하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올해 이로 인한 유무선대체현상의 가속화와 이에 따른 유선전화 매출 감소는 예상된 결과였다.

SK텔레콤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 연초 매출목표는 11조70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영업이익 등은 확정 발표하지 않았다. 당연히 6개월만의 경영목표를 하향조정한 KT는 상대적으로 통신시장 환경변화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KT가 2001년부터 7년째 매출 12조원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KT가 그동안 줄곧 장기적인 경영개선을 주장했지만, 체질개선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매년 1000억원 이상씩 감소하는 유선전화 매출 방어에 급급, 정작 인터넷TV, 와이브로 등 신성장 동력사업은 리더십과 돌파력 부재로 조기에 제궤도에 올리지 못하면서 결국 KTF와의 합병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돌파구로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2번째 뒷걸음질 이유는?



KT의 연간 경영목표 하향조정은 이번이 두번째다. 남 사장이 사장에 취임한 2005년 KT는 연초 2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던 영업이익 목표를 1조8000억원, 다시 1조6000억원으로 두번씩이나 하향조정했다.

남 사장은 당시 "매출 중심의 단기 실적 보다는 장기적인 경영개선에 초첨을 맞춘 경영전략을 추진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10일 임시 컨퍼런스콜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2분기 연속 실망스런 실적을 냈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 CEO가 동참하는 것이 어떠냐"고 돌발질문을 던졌다.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KT의 경영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만을 대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KT의 이번 연간 경영목표 조정이 현재 추진중인 자회사 KTF와의 합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에 현재 직면한 경영적 어려움을 인식시켜 합병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연내 합병추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신호라고 풀이하고 있다.

KT는 이와 관련, "경영목표 조정은 합병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합병과 관련해 이번 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합병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경영목표 하향조정으로 인해 KT-KTF 합병사를 이끌 '사령탑' 1순위로 거론되는 남 사장의 경영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