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경질' 십자포화, 강만수 입지 흔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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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 강만수. 시련의 끝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오른팔'로 불렸던 최중경 전 차관의 경질 '후폭풍'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여야는 약속이라도 한듯 지난 7일 개각에서 살아남은 강 장관을 향해 십자포화를 쏘아대고 있다. 정치권은 '환율정책 실책론'과 관련, 최중경 전 차관만 물러나게 한 것은 "민심을 무시한 대리경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야당은 9일 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얘기까지 꺼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번 개각은 해도해도 너무하다"며 "(강만수) 재정부 장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다른 당과 협의해 해임 건의안을 준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재정부 장관은 구체적인 실책이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정책 기조 자체를 잘못 잡아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그런데도 차관을 대리경질한 사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부 장관, (어청수) 경찰청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빨리 교체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다른 당과 협의해 해임건의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강 장관 몰아세우기에 여당도 가세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정책 기조가 바뀌면 그 기조를 잘 일궈내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책임자가 돼야 한다"며 "강 장관을 유임하고 최 전차관만 경질한 것은 국민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 위원은 "처음에는 우리가 '7.4.7'(연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이라고 해서 여러가지 거시적인 지표를 목표로 설정해놓고 다가갔지만 최근 민생안정과 물가에 주력하는 것으로 이제 기조가 바뀌었다"며 "그러면 거기에 맞는 책임자가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날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국회가 개원하면) 총리와 관계장관은 진땀을 흘릴 것"이라며 "재정부 장관도 혼날 준비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대리 경질' 논란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더 일하도록 한 것은 현재 위기관리가 중요하고, 더욱 더 잘하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강 장관은 "같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하다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 공적으로, 사적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쓰린 속'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이 경제정책 리더십의 실종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개각을 통해 새롭게 심기일전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물가안정 등 민생대책에 모든 역량을 쏟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경제 콘트롤타워를 흔들어대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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