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0 vs 200, 누구 말을 믿어야하나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07.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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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유가전망 최대 100달러 차이…변수 너무 많다

- 유가 변수 너무 많아 전문가 분석 혼재…전문가 전망 100달러 이상 차이나
- 올 여름 150달러 돌파 전망 우세 속 연내 100달러, 200달러 관측 다양
- 투자은행 전망 보고서에 대한 불신도 커져


배럴당 150달러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국제유가(WTI)가 이틀새 9달러가 넘게 급락하며 8일(현지시간) 130달러 중반으로 거래를 마감하자 향후 유가전망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유가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변수가 너무 많다는데 있다. 약달러, 중동 정세 불안, 작전세력, 원유 생산설비 투자 지연, 공급 감소 및 장기적인 생산 감소, 고성장 국가의 수요 증가, 여름만 되면 미국 남부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등 셀 수도 없는 변수들이 혼재돼 유가 등락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먼털은 오히려 이 같은 변수에 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 등의 전망은 천차만별이다. 최저 80달러(메릴린치)에서 최고 250달러(러시아 가즈프롬 회장)에 이르기까지 혼돈 그 자체다.



◇ 배럴당 150달러…가장 상식적인 유가전망

현재 난무하는 유가 전망 속에서 대세는 '150달러선 돌파'다. 가장 상식적인 유가전망이다.

JP모간체이스는 이날 발표한 유가전망 보고서에서 이달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은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물 만기일인 7월 22일을 앞두고 유가 150달러 돌파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며 "150달러까지 상승하는 데 얼마 남지 않았고, WTI 8월물 콜옵션도 현저하게 눈에 띈다"고 밝혔다.

억만장자 원유투자자 분 피컨스 BP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유가가 연내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피컨스는 8일 CNBC에 출연해 "현재 원유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투기세력과 달러화 약세가 아닌 수급"이라며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컨스의 '연내 150달러 돌파' 전망은 올해들어 최대 45% 급등한 유가 상승세를 고려했을 때 다소 점잖은 축에 속한다.

◇ 200달러 전망 목소리 점점 늘어난다

연내 200달러를 돌파를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오히려 원유선물시장 투자자들의 200달러 베팅은 점차 늘어나는 흐름이다.



휴스턴에 있는 튜더 피커링의 데이드 퍼셀 오일 애널리스트는 "아직 하락을 주도할 만한 큰 모멘텀이 없어 원유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남부 원유시설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됐던 허리케인 '베르타'(Bertha)가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최근 이틀새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장기 하락세를 이끌 모멘텀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주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인 에니(Eni SpA)의 파올로 스카로니 대표도 한 이탈리아 신문과 인터뷰에서 "올해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충격을 주었다.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도 200달러까지는 아니지만 올 여름 170달러까지 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연초 배럴당 100달러로 출발한 국제유가가 7월 초 146달러에 육박했던 상승세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전망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세계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상품시장으로의 투자자본 쏠림 현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증시지수도 지난 6개월간 1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3.8% 하락했던 지난 1982년 상반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세계증시가 13년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것이다.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날 호재를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증시 침체를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100달러 유가 최저점으로 굳어지나

소수이긴 하지만 100달러 초반을 점치는 전망도 존재한다.



메릴린치는 7일자 '2008년 하반기와 2009년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107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전망했다. 메릴린치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들의 긴축정책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 인도 등 원유수요가 많은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흡수하기 위한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내놓으며 원유 수요가 크게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리먼브러더스의 폴 청 애널리스트도 올해 유가 전망치를 127달러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유가 최저점은 이미 100달러로 굳어진 분위기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페리메니지먼트의 찰스 페리 회장은 "유가가 다시 100달러 미만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과거 유가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였던 100달러가 이제는 유가 최저가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하트만 알타비스타 월드와이드 트레이딩 애널리스트도 "유가 최저가는 90달러~100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거들었다.

◇ 투자은행 유가전망 보고서가 유가상승 부추긴다?

이 가운데 원유 시장에선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유가전망 보고서가 되려 유가상승을 부추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투자은행들이 원유 상품시장 투자를 목적으로 이 같은 보고서를 고의적으로 내놓는 것 아니냐는 의혹인 것이다. 즉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가상승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논리개발에 여념이 없다는 얘기다.



미에너지정책연구소(EPRF)의 래리 콜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원유선물시장에서 투기를 늘리고 있다"며 "헤지 세력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매수세는 강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현재 난무하는 유가 전망 보고서를 종합했을 때 올해 유가 전망은 최대 200달러 최저 100달러 선으로 정리된다. 다양한 유가변수가 난무하면서 전문가들조차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이다.

메릴린치는 지난달 10일 향후 12~18개월 사이 유가가 80달러에서 150달러 사이를 기록할 것이라는 폭넓은 전망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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