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이틀새 9달러 급락, 고점 지났나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07.0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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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안정 신호탄" vs "급락이용 또 투기세력 활약할 수도"

국제유가가 4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 배럴당 130달러대 중반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예상치 못한 유가 급등에 연내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이 확산된 시점에서 공교롭게 급락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따라 200달러로의 지나친 쏠림이 이번 원유시장 랠리의 고점 신호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5.33달러(3.8%) 급락한 136.04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 3월19일 이후 최대이며 WTI 가격은 이틀간 9.25달러 내려앉았다.



지난주 유가가 배럴당 146달러에 육박하자, 조만간 150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색케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유가하락을 유가안정의 신호탄으로 인식하는 기류와, 투기세력들이 원유시장에 진입하면서 원유시장이 다시 상승반전할 수 있다는 기류로 나뉘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8일 보도했다.



지난주 4일부터 시작된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허리케인 '베르타'(Bertha)가 원유생산시설을 밀집돼 있는 미국 남부 걸프코스트(Gulf Coast)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보되자 원유 전문가들은 이번 주 유가가 150달러선을 단숨에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베르타가 경로를 수정해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는 유가가 그동안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경계심리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팔자'주문이 쇄도했다.

이날 주요 상품선물 벤치마크인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가 2.4% 급락하는 등 전반적인 상품시장 내 '팔자'공세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감소 전망도 원유 선물시장의 매도 분위기에 일조했다. 미 에너지 정보청(EIA)은 이날 미국의 올해 석유 수요량이 전년대비 하루 4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9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던 기존의 전망치에 비해 40% 늘어난 것이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유가 급등에 대한 강한 우려가 나온 점도 이날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톰 벤츠 BNP파리바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틀간 시장은 유가가 하락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한 시기에 새로운 투기세력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가 급락을 일시적 하락으로 보고 이를 매수 적기로 파악한 투기세력들이 원유상품시장에 진입해 다시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리스토퍼 메니스 뉴웨이브에너지 회장은 "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시기를 틈타 유가시장에 투자하는 세력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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