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유가급락에 막판 '뒷심'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7.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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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152p↑… 버냉키 발언도 금융불안 희석

국제유가가 4개월래 최대폭으로 급락하면서 뉴욕증시가 일제 상승했다.
금융 불안심리가 지속되면서 등락을 거듭하던 증시는 유가 하락폭이 배럴당 6달러까지 확대되면서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52.25포인트(1.36%) 오른 1만1384.21로 마감했다.
S&P500지수도 21.38포인트(1.71%) 상승, 1273.69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51.12포인트(2.28%) 오른 2294.42로 장을 마쳐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장초반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자금 부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금융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기존 주택 판매의 선행 지표인 5월 미결주택매매가 전월대비 4.7% 하락했다는 등락이 거듭됐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3월 도입한 월가 투자은행에 대한 대출을 내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은 투자자들에게 위안을 줬다.



무엇보다 수요감소 전망과 달러강세, 상품시장의 전반적 하락으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진 점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며 지수를 밀어올렸다.

MFC글로벌 투자운용의 펀드매니저 노만 알리는 "버냉키의장의 발언과 유가급락이 주된 상승 동력이었다"며 "단기 주식시장의 방향은 기업 실적발표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 패니-프레디 반등, 금융주 급등 견인


다우 지수 구성 30종목가운데 21개가 상승했으며, S&P500지수 구성 업종 가운데 금융업종과 의료보건업종이 각각 6.2%, 2.8% 급등하며 증시를 견인했다. 10개 업종 가운데 유가급락으로 에너지업종만이 1.5% 하락했다.

전날 증시 급락을 불러온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 각각 11.9%, 13.0% 반등하면서 금융주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웠다.
버냉키의장의 발언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심리가 잦아들었고,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의 제임스 록하트 이사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두 회사가 추가 자본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히는 등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재료들이 이어졌다.



앞서 리먼브러더스는 전날 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회계기준이 강화될 경우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각각 460억달러와 29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 증시 전반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씨티그룹이 6%, 뱅크오브 어메리카가 9.3% 급등했으며 리먼브러더스 역시 6% 반등하는 등 대표 금융주들이 일제 강세를 보였다.
지방은행들도 대부분 두자리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강한 반등에 성공했다.

모기지 부실사태의 중심부에 놓여있는 채권보증회사 암박 파이낸셜이 보증채무에 따른 부담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발표되면서 무려 52.5% 급등한 2달러12센트를 기록했다.



유가 4개월래 최대폭 하락..달러반등

국제 유가가 4개월래 최대 폭으로 하락, 배럴당 130달러 중반으로 하락, 증시 상승의 촉매가 됐다.
8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5.33달러(3.8%) 급락한 136.04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지난 3월19일 이후 최대이며 WTI 가격은 이틀간 9.25달러 내려앉았다.
WTI는 장중 한때 전날에 비해 6.23달러까지 낙폭이 확대, 135.14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날 유가급락은 주요 상품선물 벤치마크인 로이터/제프리 CRB 지수가 2.4% 급락하는 등 상품시장의 전반적인 '팔자'공세에 의해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둔화로 투자자들이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번주 들어 상품시장의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수요 감소 전망도 원유 선물시장의 매도 분위기에 일조했다.
미 에너지 정보청(EIA)은 이날 미국의 올해 석유 수요량이 전년대비 하루 4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9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던 기존의 전망치에 비해 40% 늘어난 것이다.

달러가치가 주요 통화대비 강세로 돌아서고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체 투자자산인 원유시장의 투자자금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유가 급등에 대한 강한 우려가 나온 점도 이날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달러화는 유로 등 주요 통화대비 강세로 돌아섰다.

버냉키 FRB 의장의 발언으로 미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데다 국제유가가 4개월만의 최대폭으로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8일(현지시간) 오후 4시8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72센트(0.45%) 상승한 1.5656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0.34%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4엔(0.31%) 오른 107.52엔으로 달러 강세 현상을 반영했다.



주택시장 여전한 찬바람

전미부동산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의 5월 미결주택매매는 전월대비 4.7% 감소했다. 이는 예상인 3% 감소보다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4월에는 미결 주택매매가 깜짝 7.1% 증가했다.
주택 구매자들이 추가 주택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주택 매수세를 멈춘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모기지 금리 상승도 주택 구입 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5월 도매재고지수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컴퓨터 장비와 금속, 유제품 등의 공급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8일(현지시간) 5월 도매재고가 전월대비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5월 도매매출은 1.6% 증가했다.



도매업체들은 현재 매출 추세로 재고문을 1.08개월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1.09개월보다 줄어든 것으로 기업들이 예상보다는 좋은 상황을맞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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