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 CEO, 미운털 톡톡히 박혔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07.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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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돌푸스 부시 4세 CEO▲ 아돌푸스 부시 4세 CEO


세계 3위 맥주업체 안호이저 부시의 아돌푸스 부시 4세 최고경영자(CEO)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마켓워치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주의 왕'이라 불리는 버드와이저를 내세워 미국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하고 있는 안호이저부시는 지난달 27일 인베브의 인수제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다.



인베브는 2004년 벨기에의 인터브루와 브라질의 암베브가 합병해 탄생한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맥주업체.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하면 연 매출이 400억 달러에 이르는 ‘맥주 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인베브는 1일 "안호이저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으며 되도록 우호적으로 인수하고 싶다"며 인수를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인베브의 인수제안을 내심 반겨왔던 부시 CEO는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어쩔수 없이 인수제안을 거부한 뒤 현재 아이다호주의 별장에 머물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시 CEO, 4대째 내려온 기업 매각 서두르는 모습 보여

그는 인베브의 인수제안이 처음 발표된 지난달 초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인베브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안호이저부시는 글로벌 맥주회사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수협상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분들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인베브와 협상을 시작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이사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인베브의 인수제안이 본격화 된 이후 부시 CEO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2만주를 매각하면서 회사 매각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맥주회사라는 상징성과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전통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부시 CEO의 이 같은 태도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으로는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집안의 가치와 유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안호이저부시가 공적 기업이 된 이상 주주들의 이익이 가문의 유산보다 더 우선시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익이 된다면 4대째 내려오는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 '버드와이저' 브랜드에 대한 미국인들 애착, 매각협상 걸림돌



그러나 부시 CEO가 현재 상황에서 인베브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한 우호세력을 확보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맥도널드나 코카콜라와 같은 미국 대표 브랜드인 '버드와이저'가 해외업체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달가워하지 않는 여론이 부시 CEO에겐 버거운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베브는 인수협상시 인수가격을 박하게 매기기로 정평이 나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7일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인 안호이저 부시가 외국에 팔리는 것은 수치"라고 밝히는 등 이번 인수건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안호이저부시 본사가 위치해 있는 미주리주 상원의원 두명과 주지사도 "이번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부시 CEO는 최근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인베브가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하게 되면 이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며 다소 눈치없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안호이저부시 관계자들은 부시 CEO가 그동안 회사 업무에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부시 CEO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 농장의 은둔자, 언론접촉 피하며 우호적 여론 못 이끌어 내

부시 CEO가 세인트루이스 외각지역에 위치한 2000에이커 규모의 농장에서 살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온 것도 이번 인수협상에 대한 언론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태양광 전자 발전기 설치를 홍보하기 위해 기자들을 농장으로 초대한 것 외에는 언론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즉 필요할 때만 기자들을 찾는 그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인들의 시각도 곱지 않은 것이다.

대신 폴로클럽 리그를 공식후원을 하고, 습지대 보전 등에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외부행사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맥주업계 관련 출판사인 비어마케터스인사이트의 에릭 쉐퍼드 편집장은 "부시 CEO는 마치 난데없이 나타난 사람과 같다"며 "부시 가문의 일원이면서도 맥주 사업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경영자로서 자부심을 갖지 못한채 외부활동에만 전념해 오다 미련없이 회사를 매각하려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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