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티는 기업의 글로벌 역량이나 글로벌화 정도를 가리키는 신조어. 최 회장 역시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기회이자 위기
이들 CEO들이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경영'이다. 내수에 치중하다간 성장은 커녕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 있다. 세계시장이 급속히 통합되고 있는 추세를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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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외에 나가 열심히 상품을 내다파는 수준의 글로벌화가 기업 경쟁력을 키워 주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기업 문화, 시스템, 인재 등 모든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CEO 입장에서 본다면 이같은 글로벌 경영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성공적인 리더가 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글로벌 CEO가 뜬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조현준 ㈜효성 사장, 이명우 레인콤 사장. 이들은 해외유학파로 외국계 회사를 거쳐 한 회사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그만큼 다문화적인 상황을 관리하고 수용하는 '문화지수(CQ)'가 높은 리더로 분류된다.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차석용 사장은 뉴욕주립대 졸업 후 코넬대 MBA, 인디애나대 로스쿨 과정을 마쳤다. 미국 P&G 본사 입사 후 해태제과 등 국내외 업체 CEO를 두루 거쳤다. 김용성 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취득 후 외국계 컨설팅사 맥킨지에서 일했다.
예일대 출신의 조현준 사장은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미쓰비시상사 에너지부 LPG수입부서와 모건스탠리 도쿄지점에서 근무했다. 이명우 사장은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4년간 국제본부 마케팅팀장, 해외 현지법인 책임자를 거쳐 소니코리아 등에서 CEO를 지냈다.
◇"맹목적인 글로벌화는 경계해야"
헤드헌팅 전문업체 피플써치케어 관계자는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제는 임원급 뿐만 아니라 대리급 일반사원까지도 해외에서 학교를 졸업했거나 해외근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맹목적인 해외파 선호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명문대 졸업, MBA 학위, 외국계 회사 경력 등이 글로벌 CEO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 다문화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 리더십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는 "맹목적인 글로벌 추구는 고유의 특성을 잃게 해 오히려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리즘의 시대에서 이제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공존하는 '글로컬리즘(glocalism)'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현지인처럼 생활한 사람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배경만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 기업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된 CEO가 될 수 있겠느냐"면서 "CEO는 사람들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