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해외파 CEO 뜬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07.0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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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CEO論론]2. 해외파CEO-기업편①

편집자주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20∼30년간 오로지 조직에 충성한다.' '목표를 향해 불도저처럼 전진한다.' 이 같은 최고경영자(CEO)의 전형은 점차 옛 말이 되어가고 있다. 대통령은 '명CEO' 출신을 뽑았지만 정작 CEO 세상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신CEO'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력과 경영스타일, 경쟁력은 기존 경영자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유학파와 해외파가 기획통이나 영업통의 국내파를 제치고 '글로벌 경영'의 선봉에 서고 있다. IT붐과 벤처대란 속에서 생존력을 다진 CEO 그룹도 속속 재계에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권위적이고 일방적 지시나 통제의 리더십 대신 튀는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으로 조직 전체의 역량을 키워 나간다.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에 방점을 찍는 CEO들도 많아졌다. CEO들의 근엄한 이미지 또한 무너지고 있다. 일 중독에 빠진 '워크홀릭'CEO가 '잘 노는' CEO에게 밀리고 있다. 이제는 잘 놀아야 일도 잘하는 시대다. 경제현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신CEO'. 이들의 면면을 '신CEO론'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경제를 살리고 성공을 부르는 '신경영'의 핵심동력이 바로 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해외파 CEO 뜬다


#1.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글로벌리티(Globality)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글로벌리티는 기업의 글로벌 역량이나 글로벌화 정도를 가리키는 신조어. 최 회장 역시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란 화두는 사실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대' 해외파 CEO 뜬다
#2.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얼마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화는 생존의 문제"라며 "3~4년 내에 현지법인장의 30%까지 현지인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상품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재경쟁이 있다"며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기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무한경쟁: 기회이자 위기

이들 CEO들이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경영'이다. 내수에 치중하다간 성장은 커녕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 있다. 세계시장이 급속히 통합되고 있는 추세를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열심히 상품을 내다파는 수준의 글로벌화가 기업 경쟁력을 키워 주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기업 문화, 시스템, 인재 등 모든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CEO 입장에서 본다면 이같은 글로벌 경영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성공적인 리더가 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글로벌 CEO가 뜬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조현준 ㈜효성 사장, 이명우 레인콤 사장. 이들은 해외유학파로 외국계 회사를 거쳐 한 회사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그만큼 다문화적인 상황을 관리하고 수용하는 '문화지수(CQ)'가 높은 리더로 분류된다.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차석용 사장은 뉴욕주립대 졸업 후 코넬대 MBA, 인디애나대 로스쿨 과정을 마쳤다. 미국 P&G 본사 입사 후 해태제과 등 국내외 업체 CEO를 두루 거쳤다. 김용성 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취득 후 외국계 컨설팅사 맥킨지에서 일했다.

예일대 출신의 조현준 사장은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미쓰비시상사 에너지부 LPG수입부서와 모건스탠리 도쿄지점에서 근무했다. 이명우 사장은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4년간 국제본부 마케팅팀장, 해외 현지법인 책임자를 거쳐 소니코리아 등에서 CEO를 지냈다.

◇"맹목적인 글로벌화는 경계해야"
헤드헌팅 전문업체 피플써치케어 관계자는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제는 임원급 뿐만 아니라 대리급 일반사원까지도 해외에서 학교를 졸업했거나 해외근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맹목적인 해외파 선호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명문대 졸업, MBA 학위, 외국계 회사 경력 등이 글로벌 CEO의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 다문화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 리더십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는 "맹목적인 글로벌 추구는 고유의 특성을 잃게 해 오히려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리즘의 시대에서 이제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공존하는 '글로컬리즘(glocalism)'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현지인처럼 생활한 사람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배경만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 기업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된 CEO가 될 수 있겠느냐"면서 "CEO는 사람들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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