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현장에서 ‘독하게’ 연출을 했습니다. 하지만, 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관둔다고 하기 전에는 제가 먼저 관두라는 말도 안 했고요. 스탭들이나 엑스트라 연기자들 이름을 외워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강해보이는 이미지여서 의외였다.
“돈 많은 감독이나 제작자라고 해서, 매일 술 마시며 격려한다고 해서 리더십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리더십에서 중요한 건 위엄이 아니라, 실력입니다. ‘저 사람이 하고 하면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믿음이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견딥니다. 사람들이 리더의 실력을 존경할 때,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연출 이야기를 할 때 유난히 눈이 빛났다. 마지막 질문으로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김종학의 멘토는...> 이 씨는 암행어사(1984), 조선왕조500년(1990), 허준(1999), 상도(2001), 대장금(2003), 이산(2007) 등을 만들어 ‘사극 연출의 달인’으로 불린다. “제가 1984년 암행어사에서 이병훈 선배의 조연출을 했습니다. 당시 제 사수이셨죠. 그 때 옆에서 지켜 보면서 느낀 점은 바로 ‘근성이 대단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작품을 연출할 때 쏟아지는 에너지가 엄청났습니다. 제가 초년병 시절에 그 선배에게 배웠던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이병훈씨에 대해 ‘나이 들어서 더 빛을 발휘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이 선배의 동료였던 분들은 이미 연출에서 손을 뗀 지 오래인데, 그 연배에서도 정력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근성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 때문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회사를 만들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이병훈 선배랑 계약한 겁니다.” 그는 후배 감독들을 볼 때, “재능도 보지만, 집념과 근성을 더 보며 계약을 한다”고 했다. “그로 인한 단점은 돈(제작비)을 많이 쓴다는 겁니다. 후배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 때문이죠. 저를 보며 배운 후배들이니 ‘자업자득’일 밖에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