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국책은행 민영화' 삼국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7.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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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DB, 중국 CDB, 일본 DBJ 민영화 주목

동북아 3국 "금융패권 선점하라"
씨티 등 글로벌은행 해외자본시장 독식
중국 일본 민영화 통해 금융허브 노려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지주사를 설립해 업무제한을 과감히 풀어주고 대형화를 통해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은행권은 산은 민영화를 빅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시중은행들은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 민영화가 예정된 은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산은 민영화는 이처럼 국내 은행권의 재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금융허브' 선점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중국과 일본도 국책은행 민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금융 패권을 놓고 한·중·일 3국이 '민영화 삼국지'를 펼치는 형국이다. 산은 민영화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민영화 삼국지"=중국과 일본은 거대한 동아시아 경제패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들은 이 지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

중국은 국유은행 상업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중국의 산은 격인 국가개발은행(CDB) 상업화에 착수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7월 정책투자은행(DBJ)의 민영화를 위해 '주식회사일본정책투자은행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산은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유성 행장은 산은을 아시아의 대표적 투자은행(IB)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중·일 3국이 동시에 국책은행 민영화 작업을 벌이는 셈이다. 누가 성공적인 민영화를 이뤄내느냐가 동아시아 패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면이다.


김상로 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민영화가 안된 상태에서 경쟁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며 "먼저 민영화할수록 자생적인 경쟁력이 생겨 해외진출이 용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IB 왜 필요한가=정부는 연내 산은과 대우증권 등 금융자회사를 묶어 지주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산은 보유자산 중 구조조정 기업과 공기업 주식 일부와 부채를 떼내 한국개발펀드(KDF)를 만들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다. KDF에 출자된 산은 지분 49%는 2010년까지 매각하고, 지배지분 매각도 2012년까지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산은 민영화의 궁극적 목표는 글로벌 IB다. 자본시장의 핵심 중개기관인 IB로 발전해 국내 금융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사업 다각화와 대형화는 물론 해외 진출은 필수다. 2006년말 국내은행의 해외자산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반면 씨티, HSBC, UBS 등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50%를 넘는다.

국내 금융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산은이 꼽힌 셈이다. 이는 산은의 IB 잠재력을 높이 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금융 및 국제·투자금융 역량과 대우증권 등 자회사를 합하는 경우 단기간내 경쟁력 있는 IB로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지원 절실=산은의 IB역량은 그러나 아직 선진국 IB에는 뒤떨어진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외채무 정부보증, 경영자율성 제고, 중복 감사 배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 정부는 DBJ 민영화가 완료되는 2015년까지 독립적인 재원조달이 가능하도록 기존 보증을 계속 해 줄 방침이다.

중국 역시 국영은행 민영화를 위해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고, 외국금융자본의 유치를 추진 중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산은을 글로벌 IB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차별적인 전략은 물론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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