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조대원이 UN으로 간 이유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7.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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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세계]UN인도주의업무조정국 재난평가조정팀 김용상씨

1999년 참혹했던 대만의 지진참사 현장. 한국에서 온 한 구조대원이 잔해더미 속에서 6살짜리 소년을 품에 안고 나왔다. 소년의 앙상한 눈빛을 잊지 못한 그 구조대원은 지금도 재해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119구조대원이 UN으로 간 이유


10여 년째 전 세계 재난이 일어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김용상(39·사진)씨.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단 두 명뿐인 UN재난평가조정(UNDAC) 전문가로 평소에는 소방방재청 소속이지만 국제재난이 발생하면 UN요원으로 '변신'한다.



김용상씨의 임무는 재난발생 시 피해국에 가장 먼저 도착해 UN사무총장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것. 보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UN대표부가 회의를 한 후 각국의 지원을 호소한다. 이밖에 각종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의 업무를 분담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그는 2004년 외교통상부의 추천을 받으면서 UN과 인연을 맺었다. 이전에는 국내 재난현장에서만 활동했다. 1993년 인천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첫발을 디딘 그는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중앙 119 국제구조대로 발탁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1999년 터키 지진현장으로 투입된 적이 있습니다. 아비규환 속에서 UN요원들이 열정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제 마음에 깊이 와 닿더군요. 그 후 UN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에서 재난관련전문서적을 사와서 공부했어요. 하루에 3~4시간씩 영어방송을 녹음해 반복해서 듣기도 했죠."

재난관리전문가 꿈을 키운 그는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기 위해 유학을 결심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2004년 국립 대만경찰대학에서 소방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이었다.

"소방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국내화재현장 경험이 풍부해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또 중국어와 영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현장에서 유리하죠."
119구조대원이 UN으로 간 이유

이후 태국 쓰나미 참사 등 국제재해현장에 빠짐없이 투입되면서 그는 국제구호분야의 '국가대표' 구조대원으로 활동했다. 재해가 유난히 많은 올해도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 현장을 거쳐 싸이클론이 휩쓴곤 간 미얀마에서 얼마 전 귀국했다.

"미얀마의 꽁양곤에서 돌아올 때 제가 사용하던 필통과 연필을 한 소년에게 선물했어요. 그 소년이 저를 껴안고 울먹이던 것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수많은 재해현장을 봐왔지만 여전히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하루빨리 지나가도록 돕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는 그는 쉴 틈이 없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달려간다. "UN요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영광이고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의 재난현장에서 도움의 손길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필리핀 태풍 참사현장으로 다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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