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월가 저승사자로 굳히나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6.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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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태계 금융인맥의 정점으로 손꼽히는 골드만삭스가 최근 강도높은 비관론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최대 금융파워를 자랑하는 골드만삭스의 변화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비관론을 이용해 기회를 잡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신용위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낙관이 잘못된 것이었다며 금융주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고 밝힌데 이어 제너럴모터스(GM) 투자의견을 하향하고 올해 유가 전망치는 또 올렸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가 시장의 장기 침체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술렁임이 일면서 주말 미국 증시 폭락을 부채질했다. 골드만삭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투자자들은 골드만삭스가 월가의 저승사자로 자리매김한 것 같은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분기에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는 등 신용위기에서 가장 빛나는 성적을 보이고 있고, 월가에서도 시장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잇따른 비관론이 초래하는 파장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시장 영향력을 바탕으로한 유가 전망으로 고액의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어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도 일고 있다.

◇ 금융주 실적 전망 하향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금융회사들의 자본 확충과 정부의 세금 환급 등으로 금융주와 소매주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금융주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소매주 의견은 '비중확대'로 상향했었다.

그러나 불과 한달여만인 지난 24일 이 같은 전망이 지나친 낙관이었다면서 두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 축소를 권유했다.


골드만삭스는 "신용 위기는 내년까지 정점을 치지 못할 것이며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신용 시장 분위기 악화로 일반인들이 돈을 빌려 쓰는 것 역시 여의치 않아 소매주 전망도 어둡다고 분석했다.

이틀 후인 26일에는 대표 금융주인 씨티와 메릴린치의 실적 전망을 하향하고 매도 투자의견을 내 뉴욕 증시에 충격을 줬다. 골드만삭스는 "씨티그룹이 89억 달러의 자산을 추가로 상각, 3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씨티그룹의 2분기 실적 전망을 기존 주당 25센트 이익에서 주당 75센트 손실로 낮췄다.



메릴린치에 대해서도 기존 주당 25센트 이익에서 주당 2달러 손실로 실전전망을 하향했다. 윌리엄 타노나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우리가 예상한 것 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며 "복합적인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GM에도 혹독한 투자의견

골드만삭스는 26일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해서도 혹독한 투자의견을 냈다. GM자동차의 장기 부채 신용 등급을 B-로 무려 6개 단계나 하향 조정하고 투자 의견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GM의 6개월 목표주가도 16달러에서 11달러로 대폭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GM에 대해 "매출 부진이 예상된다"며 "휘발유 가격 상승, 소비 둔화 등에 따라 자동차 업체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GM은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고 배당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GM 주가는 10.8% 폭락하며 다우지수 3% 조정을 주도했다.

◇ "상품주 랠리는 필연" 주장
최근 원유 시장 급등세가 투기세력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성토가 드높아지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전망을 제시했다. 상품 급등세는 근본적으로 수급 불일치에서 오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것.

골드만삭스 데이비드 코스틴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원자재 가격 급등세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며 단순히 버블이 아니다"면서 상품주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슈퍼 스파이크' 이론으로 논란을 부른 장본인인 아르준 N. 무르티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비슷한 시기에 국제 유가 전망치를 다시 상향했다. 무르티는 유가 200달러 전망을 최초로 제시한 인물이다.

무르티는 18일자로 펴낸 보고서에서 올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평균 118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지난달 제시했던 종전 전망치 108달러에서 상향했다.

내년 WTI 가격 전망치도 종전 110달러에서 140달러로, 후년인 2010년 가격은 120달러에서 150달러로 각각 상향했다.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도 108달러에서 117달러로 올렸다.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가 투기세력의 원유 선물시장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를 강구하고 있기 때문에 골드만삭스의 이 같은 전망 수정은 다소 도적적으로까지 비춰진다.

이 때문에 달러 안정과 경기 부양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친정'인 골드만삭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수근거림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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