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근 기자
비폭력 문화는 21세기에 맞았다. 시위에 나선 이들조차 놀라며 뿌듯해 했다. 일방 독주 권력은 축제 앞에 머리를 숙였다. 쇠파이프도, 화염병도 좀체 하지 못했던 일을 촛불 축제가 했다.
촛불은 미국 정부도 흔들었다. 국민이 바랐던 재협상까지는 아니지만 추가협상을 했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아냈다. 촛불의 힘이다.
어느 순간 때리고 막고 또 때리는 폭력의 악순환이 시작됐다. 경찰은 폭력 시위를, 시위대는 과잉 진압을 문제 삼는다. 이슈는 없고 "때렸다" "맞았다"의 목소리만 들린다.
촛불이 '약함'을 버리고 '강함'을 선택하면서 축제는 사라졌다. 촛불은 '깃발'에 가려졌고 나부끼는 깃발의 힘에 촛불은 오히려 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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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광장을 메웠던 토론은 사라졌다. 반대 의견은 가차없이 묵살되고 매도된다. 합리는 사라졌고 '재협상'과 'MB OUT'만 남았다. 이게 아니면 모두 '적'으로 규정된다. 촛불과 함께 소통도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임성균 기자
생활이 걸린 이 촛불의 무서움은 이미 전달했다. 작은 촛불 하나가 쇠파이프보다 더 강한 저항임을 확인했다. 생존권이 위협 당하면 바람에 쉽게 꺼지는 약하디 약한 촛불로도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촛불 광장을 메웠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노래의 가사처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매일 저녁 서울 광화문 거리를 메운 시위 참여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시위 때문에 고달픈 전경도, 장사를 망친 그 지역 상인들도, 바쁜 길을 못 가는 운전사들도 국민이다. 그리고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도 주권자의 것이다.
노자가 말했듯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놓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인다." 강함으로 고립되기 전에 멈춰서 촛불의 감동이 남기를 희망한다.
유모차 부대, 샐러리맨, 젊은 청년 등 촛불 시위를 주도했던 많은 이들이 6월10일의 대감동을 연출한 뒤 한발 물러서 있듯 이제는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