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촛불' 재협상 vs 정권퇴진

머니투데이 조홍래 기자 2008.06.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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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회의 국민토론회 열어…촛불집회 방식도 논의

↑지난 10일 오후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촛불집회 ⓒ이명근 기자↑지난 10일 오후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촛불집회 ⓒ이명근 기자


촛불집회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국민 토론회가 열렸지만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마무리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48번째 촛불집회를 가진 뒤 오후 9시부터 2차 국민대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운동,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향후 촛불집회의 목표와 집회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토론의 가장 큰 쟁점은 촛불집회의 목표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한정할 것인지 정권 퇴진으로 확대할 지에 대한 것이었다.



정호희 전국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우리의 운동은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 2~3달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정권 퇴진 문제와 재협상 문제를 따로 놓고 볼 시기가 지났다"고 말했다.

민석준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은 "이명박 정부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현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고대녀'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탄 김지윤 고려대학교 학생도 "나치와 히틀러 역시 합법적으로 뽑힌 사람들"이라며 "우리 삶을 파탄내려는 정부에 맞서는 게 진정 헌법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권퇴진' 요구는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나명수씨는 "이런 자리나 인터넷에선 정권퇴진이라는 구호가 자연스럽지만 아직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다"며 "'정권퇴진'을 전면에 내세우면 많은 지지자들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 '100분토론'과의 전화통화로 인기를 끌었던 '광주 양선생' 양석우씨는 "대통령 탄핵이나 국민투표는 모두 현실성이 없다"며 "시급한 것은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도 "과연 촛불만 든다고 이 정권이 물러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은 쇠고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앞으로 어떻게 촛불집회를 진행해 나갈 것인지도 논의의 대상이 됐다.

나명수씨는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를 막아내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그것이 안되면 결국 많은 국민이 정부의 왜곡에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재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비폭력적인 동시에 물리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며 "고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민들이 냉동창고 앞에 스크럼을 짜는 등 쇠고기 유통을 봉쇄하는 쪽으로 운동을 펼치는 것도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민석준씨는 "마음 같아서는 공권력으로는 국민들의 요구를 못 막는다는 것을 경찰의 방어선을 뚫고 청와대 바로 앞에까지 진격함으로써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참여하라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띤 분위기에서 토론이 이뤄지긴 했지만 참가자들은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대책회의는 25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집중 촛불집회를 진행하기로 하고 이날 토론회를 마쳤다.

이날 토론회는 패널들의 토론 외에도 현장토론, 인터넷토론 등의 다양한 방식이 활용됐으며 날을 넘긴 25일 새벽 1시경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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