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따라 춤추는 경제정책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6.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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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등 여론추이 따라 쇠고기 고시 설왕설래
- 외환은행 매각 입장 번복
- 공기업 민영화, 상속세 개편도 오락가락


정부와 여당의 경제정책이 갈팡질팡이다.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반(反) 정부' 비판여론의 향배에 따라 경제정책들마저 오락가락하는 형국이다.



특히 정치권의 특성상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여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2일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수정안을 25일께 관보에 게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고시의 관보 게재와 검역 재개는 국민 여론이 진정될 때까지 유보할 것"이라며 정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다음날(23일) "관보 게재를 무작정 늦출 수만은 없다"며 "이번 주 안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반정부 여론이 주말(21∼22일)을 기점으로 잦아들기 시작했다는 자체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 홍 대표는 "여론 추이를 보면 60% 이상이 쇠고기 문제를 종결하고 경제 현안, 민생 현안에 집중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놓고도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는 형국이다. 지난달 17일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공공부문 개혁 보고회의'에서 공기업 민영화의 신속한 추진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방안의 발표 시점을 6월 말에서 5월 말로 앞당겼다.

하지만 5월 말 촛불시위가 격화되고 민영화 반대 여론까지 덩달아 비등해지면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의 발표는 예정시기를 훌쩍 넘기며 미뤄졌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공기업 민영화의 추진을 연기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다 최근 지지도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다시 "공기업 민영화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민영화 방안 마련을 마무리 짓기로 방침을 정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오락가락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 대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풀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전향적인 매각 승인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다 촛불시위 국면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 5일 전 위원장은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충분한 공감을 얻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어 20일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1심 판결이 나오는 올 연말까지 판단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촛불정국의 여진이 남아있는 가운데 "외국에 검역주권을 넘기더니 이젠 외국자본의 '먹튀'까지 돕는다"는 식의 비판여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초 검토를 시사했던 상속세 인하 방안도 국민여론 악화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강 장관은 지난 4월15일 "앞으로 상속세를 두는 나라는 자본도피를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측의 조언을 소개한 뒤 "상속세의 세율 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상속세 완화를 검토 중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 15일 강 장관은 "상속세 인하는 특별히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입장을 바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촛불정국 이후 정책기조가 모두 바뀌고 있는데다 극단적으로 장관들이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며 "개각의 윤곽이 드러나고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는 주요 정책들도 왔다갔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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