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새 볼거리…방송차간 말싸움

머니투데이 조홍래 기자 2008.06.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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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br>
↑22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22일 새벽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선 경찰 방송차와 시위대 방송차간의 말싸움이 벌어졌다. 밤샘 집회에 지쳐가던 집회 참가자들에게 시위대 방송차에서 나온 재치있는 반박은 청량제 같은 것이었다.

이날 집회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서인지 이전 집회와 분위기가 달랐다. 밤이 깊어지고 경찰이 해산을 촉구하는 방송을 시작하자 시위대는 경찰의 방송에 반박하는 '맞장' 방송을 시작했다. 특히 시위대 방송차에서 마이크를 잡은 집회 참가자는 넘치는 유머로 시위대의 사기를 올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선무방송이 나올 때 “노래해” “개인기” 등을 외친 적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반박 방송을 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측은 우선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그만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라”며 시위대에 해산을 종용했다. 그러자 시위대 방송차에선 “경찰 야근수당도 우리 세금으로 주는 것이니 먼저 퇴근하라”며 “우리 가족은 다 여기 나왔다”고 대꾸했다.



경찰이 “시위대의 주장은 이미 충분히 알렸다”고 방송하자 시위대에선 “경찰의 뜻은 충분히 알았다”며 맞장구쳤다.

양측의 말싸움은 밤새도록 계속됐다. 경찰이 “파손된 경찰차량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자 시위대측은 “우리는 시민들 의견 묵살하는 이명박 정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맞받았다.

시위대 방송차의 반박이 계속되자 경찰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이 “선량한 시민들 선동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시위대의 방송 담당자를 공격하자 시위대쪽 방송차에선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대운하, 공공부문 민영화로 선량한 시민들 선동하지 마라”고 대응했다.


시간이 지나자 경찰은 “불법 시위를 하고 있는 시위대는 절대 해산하지 말라. 반드시 검거해 책임을 묻겠다”며 다소 감정적인 경고방송을 하기도 했다.
↑22일 벌어진 촛불집회 참가자들 ⓒ송희진 기자↑22일 벌어진 촛불집회 참가자들 ⓒ송희진 기자
시민들은 "지금까지 경찰 해산방송은 시민들의 짜증을 돋울 뿐이었는데 양측이 말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니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양측의 말싸움은 인터넷에서도 소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경찰 방송에 대해 재미있는 반박 내용을 더 첨부하기도 했다.

한편 시위 해산 방송을 맡고 있는 서울경찰청 김모 순경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 순경은 “세수도 화장실에서 간신히 씻고, 밥은 주로 방송차 안에서 먹는다”며 어려움으로 토로했다.

그는 “아직 신원이 노출되지 않아 직접 공격은 없었지만 사이버 상에서 욕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래도 이 일이 내 임무이니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집회 해산 선무방송은 집시법에 명시된 절차”라며 “(시위대를) 자극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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