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앙상블 디토, QSA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2008.06.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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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흔치 않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인기 그룹이 최근 등장했습니다. 젊은 청년 6명으로 구성된 앙상블 '디토'(Ditto)입니다.
 
국내 클래식 공연은 자리가 많이 비기 때문에 공연이 임박해서 티켓을 예매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공연 3주 전쯤 예매를 시도했는데도 어렵게 자리를 구했습니다.
 
☞ 용재 오닐이 연주한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 중 '보리수' 듣기


이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이름만큼이나 팬들과 공감하고,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이지만 연주곡목이 어렵지 않습니다. 글로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지 매너도 솔직하고 세련됐습니다. 게다가 리처드 용재 오닐, 임동혁, 스테판 재키 등 멤버들이 한결같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실력을 갖췄고, 잘 생기기까지 했으니 팬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그룹 이름인 '디토'(Ditto)는 클래식 음악에서 기분전환을 위한 밝은 노래라는 의미의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원래 영어로 공감하고 동감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든 실내악이든 음악 연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하모니고 공감입니다. 멤버들의 해석이 달라지고 갈등이 생기면 연주가 어려워집니다. 앙상블 '디토'는 말합니다. "음악을 하다보면 갈등이 생기고 의견이 다를 수도 있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대화를 해나가면서 공통점을 찾아간다"고요. 이런 말도 합니다. "실내악의 묘미는 최상의 화음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음악을 멤버들과는 물론이고 관객들과도 공감하고 싶습니다."
 
[박종면칼럼]앙상블 디토, QSA


20~30대 젊은 청년들이 이렇게 세상의 이치를 훤히 꿰뚫고 있으니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가 이문열이 촛불집회에 대해 "되기 어려운 일을 되게 한 점에서는 위대하지만 한편에선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조금은 공감이 갔습니다. 디지털이 태생적으로 갖는 강점이자 취약점이기도 한 조급성과 여기에 덧붙여 약간의 광기, 무지 등을 그가 간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문열이 "의병이란 외적의 침입에 직면했을 때뿐만 아니라 내란에 처했을 때도 일어나는 것"이라며 촛불집회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 일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듣고선 역시 예전의 그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어떤 소설가가 공감을 받든 받지 못하든 문제될 게 없습니다. 지금은 벼랑 끝 협상까지 해서 얻어냈다는 이름도 생소한 '한국 수출용 품질체계평가'(QSA)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얻고 동의를 구할 수 있는지가 과제입니다.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 정도의 협상 결과면 100점 만점에 90점은 된다고 했지만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국민들은 후하게 쳐줬을 때 겨우 60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정부의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발표 후 지난 주말 열린 촛불시위의 열기를 감안하면 30~40%의 반대도 그 위세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같은 어려움이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경제여건 아래서 쇠고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정부도 기업도 가계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보여준 빈약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결과도 대단한 것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60점 정도의 점수를 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국민들과 공감을 늘려가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문열식 해법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큰일입니다. 공감하고 기분전환도 할 수 있는 주말 '디토' 공연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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