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독"vs"여론탄압"…인터넷실명제 논란 재점화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8.06.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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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독"vs"여론탄압"…인터넷실명제 논란 재점화


정부와 여당, 재계, 보수언론 등이 잇따라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인터넷 실명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인터넷 실명제 확대 방침을 밝혔고, 많은 네티즌들은 "여론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한나라당은 '인터넷 사이드카'(인터넷 여론감지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경찰은 인터넷 전담팀 신설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제협력개발회의(OECD) 장관회의에서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인터넷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장기간 대규모로 이어진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의 원동력이 바로 인터넷이기 때문.



공교롭게도 방통위를 비롯한 여권 일각에서 인터넷 실명제 확대 방침을 내세워 정치적 맥락이 개입됐다는 문제제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인터넷 실명제는 최근 몇년 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사안. 지난 2004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이후 특히 선거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돼왔다.

지난해 7월부터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시행으로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 글을 쓸 때 본인 확인이 의무화 됐다. 이전과 달리 포털사이트나 주요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릴 때 반드시 로그인을 거치게 됐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침해 등의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대선과 올해 4월 총선에서는 반드시 실명인증을 거친 뒤에 선거관련 글을 올려야 하는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돼 정치 참여 위축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뜨거운 감자인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해 여권이 확대 실시를 본격 제기하자 많은 네티즌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한 네티즌은 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인터넷은 이제 국민들에게 있어서 물과 같은 존재"라며 "인터넷 실명제 확대는 인터넷이라는 물을 틀어쥐고 국민들에게 두고보자고 벼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춧불시위에서 보여 준 네티즌들의 활약이 대한민국을 IT강국으로 만들었는데 이 정부는 그것을 활용할 줄 모르고 과거 군사독재시절과 같은 탄압의 시대로 역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는 "악성댓글 해소의 취지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입증됐다"며 "이 제도의 확대는 불리해진 인터넷 여론을 관리하겠다는 정치적 맥락의 인상이 강하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또 "옥션 개인정보유출 사건 이후 방통위는 인터넷 사용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필요없는 아이핀(i-PIN)을 대책으로 내놓고서 한달만에 다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이야기한다"며 "방통위 내부에서도 서로 정책이 상충하는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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