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부동산 침체기에 해야 할 일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2008.06.1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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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부동산 침체기에 해야 할 일


국민연금의 부동산투자방안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연금이 투자 가능한 부동산 분야를 분석하고 적합한 투자방안을 수립하는 연구였다.

연구 중간에 개최됐던 공청회에서 나온 반응 중에 필자를 난감하게 한 것은 바로 부동산에 대한 시각이었다.
 
요지는 부동산 투자를 위해 연금을 사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투자하려는 부동산이 국가의 기간시설로 간주되는 오피스나 산업시설 등의상업용 부동산임을 간과한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은 부동산하면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투기를 떠올리곤 한다.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정작 필요한 일도 움츠리게 만든다.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슈는 투기문제다. 가끔씩 방송의 고발프로그램에서 다루는 투기와 관련된 내용은 사회적 공분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주변에서 들리는 부동산 졸부들의 이야기는 일만 아는 서민들에게 염장을 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몇 년마다 되풀이되는 주택가격의 폭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의 고통으로 다가온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울 리 없는 이유다. 지난날의 경험을 보면 주택시장은 주기적으로 한 번씩 폭발하여 서민들에게 어려움을 주곤 했다.

시장의 수요는 조용하다고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주택수요는 계속 변화하고 끊임없이 창출되고 있지만 억눌려 있을 뿐이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의 경우 주택공급량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도시토지연구소(ULI)에서 발간한 부동산개발이라는 책에는 ‘부동산의 수요는 떼로 몰려다닌다’는 말이 나온다. 활황기에는 가수요까지 겹쳐 실제 수요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나고, 불황기에는 더욱 냉각되는 행태를 지적한 말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형국이다. 주택시장은 거래도 거의 없고 가격조차도 잘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다. 요즘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당국은 가격 급등기의 화급했던 모습과는 달리 여유가 있어 보인다. 괜히 건드려 문제를 일으키느니 무책이 상책이라는 듯 문제가 발생될 때만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오히려 시장의 냉각기에 바빠야 한다. 가격의 폭등기에 불을 끄기 위해 다급하게 내놓았던 정책들은 간추려 재정리해야 한다. 주택의 수요공급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정책보다는 단기에 투기수요를 차단하고자 내놓은 일시적이고 강압적인 수단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출규제, 전매제한, 그리고 각종 세금을 통한 거래와 수요억제정책들에 대한 완화 조치를 서둘러야 할 때다. 분양가 상한제와 같이 공급을 위축시키는 제도도 지역적으로 수정 또는 폐지하여 민간이 자발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측이 가능하도록 향후 추진 정책의 순차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여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부동산은 국부 그 자체이며 원천이다. 산업으로의 성장을 방해하는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이제는 걷어 낼 때가 됐다. 선진 여러 나라에서 금융과 연계한 부동산산업은 국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부동산관련 기업과 펀드들이 상업용 부동산의 보유와 운용 능력을 선진화하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자본, 인력, 그리고 기술의 축적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수익을 일반 소액투자자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에 대한 공모제도의 보완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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