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차입 대신 증자?

더벨 김용관 기자 2008.06.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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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전략 변화 조짐

이 기사는 06월19일(09:3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STX그룹의 재무 전략이 변하는 조짐이다. 그동안 차입을 통한 성장 전략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그 첫번째 변화가 바로 유상증자. STX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3078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2005년 6월 4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이 밝힌 사용처는 운영자금. 기존 차입금 상환용으로 1000억원, 중국 대련 조선해양생산기지 건설에 1000억원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실제 STX측은 18일 공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금액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회사 측도 "유상증자로 마련된 재원은 인수합병과는 관계없이 용처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했다.

관심은 그동안 필요자금을 차입으로 해결하던 STX그룹이 '에쿼티 인젝션(자본 투입)'을 단행키로 한 것.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STX가 '지배구조'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TX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환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실질적인 그룹의 지주사다. 특히 차입을 늘려 외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STX그룹, 차입 대신 증자?


이는 차입금 증가 속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2437억원을 기록했던 차입금은 2분기 2963억원, 3분기 3020억원으로 완만하게 오르다 4분기 5847억원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지난해 1분기 149%에서 4분기 210%로 급하게 늘었다. 올해 1분기말 현재 차입금은 5891억원, 부채비율은 222.1%를 기록 중이다. 비슷한 규모의 업계 평균 87.8%를 훌쩍 뛰어넘는다.



전문가들은 지주사 전환 여부와 상관없이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STX그룹의 주력업종인 조선 경기가 하강할 경우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재무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지금 조선이나 해운 경기가 좋지만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현금이 없다면 상당히 위험한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며 "조선에서 벌어들인 돈을 M&A로 소진해 증자의 필요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증자 규모와 관련, 이 애널리스트는 "채권 만기가 연내 돌아오고, 중국 법인에도 돈이 계속 들어가는 등 운전자금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왕 할 거라면 한 번에 크게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높이면 부채비율이 떨어진다. 실제 증자대금이 들어오면 STX의 부채비율은 128%로 크게 낮아진다.

이 애널리스트는 "증자를 안했다면 신용도는 물론이고 주가도 나빠졌겠지만 이번 증자 결정으로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신용도는 오히려 나아졌다"며 "STX그룹을 둘러싼 우려감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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