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의 일방통행 "유상증자 싫다더니"

더벨 김용관 기자 2008.06.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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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IR서 유상증자에 부정적 입장...최고위층이 주도한 듯

이 기사는 06월19일(09: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STX그룹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그동안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금융시장과 교감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조달전략이 달라지면서 신뢰에 흠집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년 만에 실시한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STX그룹 수뇌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증권사의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는 "당시 실무자들은 실적이 좋기 때문에 주가 부양 이후 증자 시기를 결정하자고 건의했지만 윗선에서 (증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수주 실적이 좋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경기 하강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증자 결정 시기와 방법을 놓고 말이 많다. STX는 물론이고 STX조선, STX엔진 등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기 때문. 유상증자 발표 당일 STX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했다.

당초 STX는 최근 주요 증권사 센터장을 상대로 실시한 비공개 IR에서 유상증자 검토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도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또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다. "최근 주요 증권사 센터장을 상대로 비공개 IR를 열었다. 당시 STX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와중에 유상증자 이야기가 나왔다. 회사측은 유상증자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IR 실무자와 경영진의 교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이번 유증건으로 인해 한동안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릴 것으로 보인다"며 "연장선상에서 증자대금이 회사측의 말과 달리 대우조선 인수대금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TX조선의 증자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회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부채비율이 높긴 하지만 조선산업의 특성상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시기상의 문제지 증자의 필요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현재 STX조선의 부채비율이 592.2%로 상당히 높다"며 "만약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될 경우 현금 흐름은 물론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STX조선이 증자에 나선다면 이는 재무제표상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며 "시기상의 문제지 언젠가는 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수주자체가 견고하기 때문에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전제한 후 "다만 증자 가능성에 대해 부인한 후 갑작스럽게 실시한 STX 사례처럼 STX조선도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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