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복리 이자가 붙는 재산은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06.13 12:41
글자크기

[CEO꿈땀]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

엄청난 복리 이자가 붙는 재산은


"신뢰 받는다는 말이 사랑받는다는 것보다 더 큰 찬사이다." 작가 조지 맥도널드의 말이다. 믿음을 얻는 일은 인기를 얻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온앤온', '올리브데올리브', '더블유닷' 등 브랜드로 여성패션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주)보끄레머천다이징의 이만중(65) 회장.



그는 직원들과 업계 관계자의 존경을 받는 '패션산업 1세대' 경영인이다. 그런 그가 제시하는 삶의 방향은 이랬다. "미련하게 살아라."

# 신뢰
 
이 회장은 코오롱 출신이다. 1967년 입사해 1984년 패션사업 본부장으로 퇴직했다. 이후 몇 년간 관련 업계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다 1991년 보끄레머천다이징을 창업했다. 그런데 회사 설립의 싹은 이미 20여 년 전에 뿌려진 것이었다. 그가 입사 4년 차이던 코오롱 대리 시절의 일이다.



"당시 저는 폴리에스테르 원사 판매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회사 규모에 비해 운영자금이 모자라 한번에 늘 500킬로그램이나 1톤 정도 소량 밖에 못 사가는 업체가 있었어요. 물량은 작았지만 딱해서 계속 납품을 해주었는데, 어느 날 구매를 담당하던 그 회사 사장님의 아들이 저를 찾아왔어요."
 
소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미안해 사례를 하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일언지하에 거절했지요. '제 값 다 받고 파는데 난 도와준 게 없다', '우리들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사람들인데 이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 대학교 4학년이던 거래업체 사장님의 자제는 얼굴이 벌개져서 돌아갔지요."
 
그리고 이 회장은 그 일을 까맣게 잊었다. 90년 다시 그에게 전화가 왔다. "제가 다니던 회사를 관둔 사실을 전해 듣고 패션사업을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그게 바로 지금 우리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저는 도움을 줬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분은 평생 기억하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미련하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제가 만약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재산을 많이 불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랬다면 아마도 그 재산은 지금 내 것이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미련하게 살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신뢰가 쌓입니다. 약게 살면 신뢰가 쌓이지 않아 결국 손해를 봅니다. 돈은 잃어버릴 수 있어도 신뢰는 영원한 재산입니다. 엄청난 복리로 이자가 붙습니다."

# 사람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아버지'라 불리 운다. 2000년 진출한 중국의 현지 직원들은 그를 '한국 아빠'라고 부른다. 이 회장의 환갑잔치를 직원들이 열어 줬을 정도. "일대일로 자주 직원들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늘 좋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야단도 자주 치지만, 항상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거죠."

설명이 이어졌다. "건설적 대화가 되려면 진솔해야 하고, 늘 같은 자세와 맥락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과 화술로 하는 이야기는 당장 즐거울 수 있지만, 나중엔 결국 배신감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전 어렸을 때 종아리를 많이 맞았는데요, '사랑의 매'는 '미움의 매'와 분명 감정이 틀립니다. 좋은 이야기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직원 교육에 신경을 썼다. "해외 연수도 많이 보내고, 직무교육 뿐 아니라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인성교육도 많이 합니다. 와인이나 식사 매너, 음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배우도록 합니다. 전 아무리 사업이 어려워도 교육비는 줄여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미래를 포기하자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직원 교육에 관한 일화 하나. 이 회장이 2002년 중국 매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그는 현지 직원들의 불친절한 응대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야단을 칠까도 했는데, 그 때 뿐 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현지 직원을 한국에 초청, 최고급 호텔 등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받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감동했고 최고의 친절직원으로 거듭나게 됐지요."


# 성공
 
이 회장은 돈이나 명예, 권력을 얻는 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고 했다. "성공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역량 범위 내에서 봉사활동이나 장학금 지급, 야학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중국에 먼저 진출했던 경험을 업계와 나누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상해복장협회 산하 한국위원회(한국패션협회 중국위원장)을 맡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흔히 '앞서 온 내가 당해 봤으니, 뒤에 오는 너도 당해 봐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패션업계 '1세대'로서 업계 발전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다가 명예롭게 퇴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사회 후배들에게 당부할 말을 부탁했다.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은 만나는 사람마다 적으로 만드는 사람이고, 현명한 사람은 만나는 사람마다 친구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관계 속에서 삽니다. 그 관계가 원만할 때 인생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