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유가 200달러 간다고?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2008.06.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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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유가 200달러 간다고?


유가 상승으로 경제전반이 여의치 않아졌다. 특히 유가가 지난주 말 하루만에 7.8%나 급등한 점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어서 그 충격이 컸다.

사실 1분기만 해도 국내외 대다수 연구기관은 유가가 지난해에 큰 폭으로 상승했기에 올해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가는 지난해 말 대비 44.3%나 올라 경제전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국가는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다시 짜야 할 처지인데, 우선 우리도 그간 추진했던 금리인하를 보류하고, 경상수지가 적자지만 원화절하를 억제하고 있다.

유럽도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은 지준율을 연이어 인상했다. 미국도 금리인하를 중단할 것 같은데, 이러한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일각에서 배럴당 200달러, 1개월 내 150달러 등의 유가상승 부추김이 시장에서 여전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양상은 큰 분석기관의 위세에 억눌려 있거나 과민반응이지 않나 싶은데, 실로 몇몇 기관의 유가 산출근거가 미덥지 않다. 믿음이 적은 것은 근간의 유가전망이 정황을 감안했지만 단순산술식에 의거했기 때문인데, 계량분석이나 산술식에 의한 분석은 여러 문제를 지니고 있다.

분석기간의 길이, 유가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 선택, 방정식 설계방법 등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분석가의 의도대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특히 분석기간을 짧게 잡으면 수식으로 과거 가격추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외양이 그럴 듯해져 대중은 쉽게 현혹된다. 때문에 자료 배포처의 명성에 눌리지 않고 자료 내용의 보편타당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미국 의회의 유가 투기혐의 조사가 이해된다.

수식에 의한 전망은 정확성이 낮다는 점도 고려할 사안이다. 과거를 먼 미래로까지 연장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단적인 사례가 2차 석유파동 때이다. 당시 배럴당 13 달러 선이던 유가가 30달러를 넘어서자 해외 유수의 경제학자들은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는 그 이후 좀 더 상승했지만 결국 1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예측과 투기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인데, 최근 유가가 상승하지만 석유거래가 급감한 것은 지켜볼 사안이다. 거래 감소는 종국에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하겠지만, 향후 유가가 그간의 상승속도를 이어간다는 것은 다소 비약인 듯싶다.

또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경제가 거덜 날 것이란 생각도 재고했으면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 받는 국가도 있지만, 우리는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해 경제가 좋아진 국가로 수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차의 경우 1~4월중 판매량은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6.1%, 1.6% 감소했지만, 여타 지역의 증가에 힘입어 총 판매대수는 16%나 늘었다. 일본 토요다의 판매량도 일본과 미국에서 줄었지, 여타 지역에서는 늘어나 1~3월 중 총판매량이 4.8% 가량 증가했다. 우리나 일본이나 공통적으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수출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경기둔화는 일부 국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실로 지난해 1~5월 중 수출증가율 14.3%를 훌쩍 뛰어넘은 올해 5월까지의 수출증가율 21.3%는 상당수 국가의 경기가 원만하고, 고유가 시대에서도 우리의 경제 활로가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낮은 내수경기로 인해 체감경기가 여의치 않지만 내수도 수출이 좋아지면 시차를 두고 개선되는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 특히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우리 기업의 앞날을 동대문 경기로 판단하지 않고 총체적 세계경제 차원에서 다루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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