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촛불집회' 평화적으로 마무리(종합)

류철호,박종진,조철희,조홍래,김지민 기자 2008.06.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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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진해산 유도‥도로 점거 시위대 20여명 연행

'6·10 민주항쟁' 21주기를 맞아 50여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를 '제2의 민주항쟁'으로 선포했지만 온 거리가 피와 폭력으로 얼룩졌던 지난 1987년 6월의 그날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달랐다.



경찰은 이날 전국적으로 '갑'호 비상대응체제에 들어가 290여개 중대·3만여 명에 달하는 경찰력을 투입해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으나 시위대와 큰 충돌은 없었다.

특히 그 동안 '진압용 방패'와 '살수차'를 동원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달리, 집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최대한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며 자진해산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경찰은 출근시간대까지 해산하지 않고 도로를 점거한 20여 명의 시위대들을 연행했다.
↑10일 오후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촛불시위가 6.10 항쟁이후 최대 시민들의 참여 속에 진행됐다. ⓒ이명근 기자↑10일 오후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촛불시위가 6.10 항쟁이후 최대 시민들의 참여 속에 진행됐다. ⓒ이명근 기자


◇사상 최대 규모 '촛불시위' 기록…주최 측 "전국 100만 참가" = 10일 오후 7시부터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기록적인 인원이 동원됐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에서만 50만여 명(주최 측 추산 70만명)이 참가했고 광주 5만여명, 부산 2만5000여명 등 전국적으로 100만에 가까운 '촛불'이 동참했다.

광화문 앞 세종로네거리부터 태평로 삼성본관 앞까지 양방향 도로를 모두 점검한 채 집회에 들어간 서울지역 집회 참가자들은 2시간여 동안 문화제를 개최한 뒤 두 갈래로 나뉘어 청와대 진입을 목표로 서대문과 경복궁 방향으로 가두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시위대는 동선을 예측한 경찰의 저지선에 막혔고 대부분 참가자들은 세종로네거리에 집결, 밤샘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이 광화문 앞 14개 차로에 설치한 '컨테이너 방어벽'을 넘어가기 위해 스티로폼을 동원, 계단을 설치하려 했으나 평화적인 시위를 원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만류로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시위대는 10시간이 넘도록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국민이 승리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연좌농성을 벌인 뒤 11일 오전 5시께 대부분 자진해산했으며 수백여 명 만이 남아 오전 8시께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출근시간대가 가까워지자 시위대에 자진해산을 촉구하고 강제진압을 예고했으나 시위대는 끝내 해산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폭력·과잉진압 시비를 없애기 위해 여경을 동원해 시위대들을 인도로 끌어냈다.

하지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또 다시 거리로 나서 집회를 이어갔고 경찰은 오전 9시30분께 교통소통을 방해하는 20여 명의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경찰은 이들을 양천·수서경찰서로 분산 연행,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출근길 시민들이 일부 시위 참가자들과 진압경찰로 인해 불편을 겪자 시위대보다 경찰이 먼저 해산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 회원과 대학생, 시민은 물론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노동계까지 가세했다.

↑11일 새벽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지난 밤부터 이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라는 대형 현수막 들고 있다. ⓒ 임성균 기자↑11일 새벽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지난 밤부터 이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라는 대형 현수막 들고 있다. ⓒ 임성균 기자
◇경찰, '컨테이너' 방어벽 설치 = 경찰은 10일 '촛불시위대'를 막기 위해 광화문으로 통하는 14개 차로에 높이 2.7m, 무게 4t짜리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5.4m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했다.

경찰은 컨테이너 안에 모레를 채우고 '컨테이너 장벽'에 시위대가 오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공업용 윤활유까지 발랐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컨테이너에 '이명박 OUT' 등 시위 구호가 적힌 스티커와 쪽지를 붙이고 민족미술인협회 소속 화가들은 분필과 스프레이로 현란한 색채의 풍자그림을 그려 넣었다.

시위 대비 목적으로 컨테이너 차단벽이 설치된 것은 지난 2005년 11월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 이후 3년 만으로 서울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11일 오전 7시께부터 컨테이너 해체 작업에 들어가 2시간여 만에 작업을 모두 마무리하고 일대 교통을 재개시켰다.

↑10일 저녁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화문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촛불띠를 연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10일 저녁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화문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촛불띠를 연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이색 참가자도 '눈길' = '6·10 촛불집회'에는 민주열사 유족들과 영화배우, 가수 등이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집회에는 1987년 민주화항쟁 과정에서 경찰에 불법 연행돼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 선생이 참석했다.

박 선생은 "국민 모두가 이명박 정부를 사기꾼으로 낙인찍었다"며 "우리는 정당히 투쟁할 것이고 이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것을 접고 하야하면 된다"고 말했다.

'6·10 민주항쟁'의 희생자인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도 이날 집회에 참가해 아들의 영정사진을 본부석 단상 위에 올려놓고 "한열이가 죽은 지 21년이 지난 오늘, 한열이가 촛불 행사에 참석했다"며 "한열이의 촛불이 100만, 1000만 촛불을 이어주는 촛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손학규·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강기갑 의원 등 정치인과 영화배우 문소리씨도 참가, 자유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를 비판했다.

또 가수 양희은·안치환씨도 참가해 대중들과 민중가요를 부르며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6·10 민주항쟁'의 주역들인 40대 '넥타이 부대'들이 대거 동참해 아련한 옛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법질서수호, FTA비준촉구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문화제 중단과 FTA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법질서수호, FTA비준촉구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문화제 중단과 FTA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홍봉진 기자
◇"우리는 '촛불'을 반대한다"…보수단체 '맞불집회' = '촛불문화제'에 앞서 10일 정오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선진화국민회의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법질서 수호를 위한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 직후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다소 과열된 참가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면서 한 때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다행히 우려됐던 시위대 간 충돌은 없었다.

보수단체들은 "우리나라는 엄연한 민주주의 법치국가"라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100일이 조금 지난 시점에 '탄핵'을 운운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토로했다.
↑11일 오전 촛불시위가 7시30분 넘어서 일부 시위대를 남기고 대부분 자진해산 하자 경찰들과 시위대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했던 예비군들이 출근을 위해 시위현장을 떠나고 있다. ⓒ 최용민 기자↑11일 오전 촛불시위가 7시30분 넘어서 일부 시위대를 남기고 대부분 자진해산 하자 경찰들과 시위대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했던 예비군들이 출근을 위해 시위현장을 떠나고 있다. ⓒ 최용민 기자
◇시위 참가자 첫 구속 = 지난달 2일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이후 시위 참가자가 처음으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이영만)는 10일 촛불시위 과정에서 경찰버스에 올라타 전경에게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한 혐의(일반교통방해 및 집시법 위반)로 이모(44)·윤모(51)씨를 구속했다.

한편 촛불시위 과정에서 연행된 시민은 이날까지 모두 590여명으로 검찰은 이 중 2명을 구속하고 56명은 즉결심판에 회부했으며 18명은 훈방 조치했다. 나머지 연행자는 불구속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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