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MB 정부의 한계 '명박산성'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1부장 2008.06.11 08:53
글자크기
[글로벌뷰]MB 정부의 한계 '명박산성'


사상 최대의 촛불 집회가 예정된 6월 10일 아침 느닷없이 광화문에 대형 컨테이너 박스가 등장했다. 경찰이 시위대의 광화문 진입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광화문 네거리에 컨테이너 장벽을 쌓은 것이다. 난데없는 컨테이너 박스 때문에 출근대란을 겪었던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인터넷 상에는 "여러분은 지금 세계최초 컨테이너로 지어진 산성을 보고 계십니다", "이 땅에 모세가 나타난 게 틀림없다. 자고 일어나니 서울 한복판에 부두가 완공됐다.", "이순신 장군이 답답해하실 것 같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정부가 이 모양이냐", "서울 한복판에 웬 베를린 장벽" 등등의 비난글이 올라왔다.



문제의 컨테이너 장벽은 경찰이 촛불시위대를 막기 위해 동원한 '마지노선'이었다. 이날 경찰은 높이 2.7미터, 무게 4톤짜리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5.4미터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했다.

[글로벌뷰]MB 정부의 한계 '명박산성'
경찰은 컨테이너 안에는 모레를 채우고 컨테이너 장벽에 시위대가 오르지 못하도록 공업용 윤활유까지 바르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모든 것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 청장은 부산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 재직 당시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마다 컨테이너 차단벽을 이용해 시위대의 진입로를 봉쇄하고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을 막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마련한 특단의 대책도 촛불 시위대 앞에서는 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시위대는 컨테이너 앞에 스티로폼을 계단처럼 쌓기 시작했고, 일부 시위대는 스티로폼 계단을 통해 컨테이너 박스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비폭력"을 외치는 참가자들의 만류로 시위대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곧바로 내려왔고, 스티로폼도 철거됐지만 경찰은 앞으로 더 강력한 묘책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시위대는 '대책'이 있다. 촛불집회 시작 이후 시위대와 정부와의 싸움은 매번 시위대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시위대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데다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의사소통의 장이기도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의 공간이기도 하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네티즌들은 인터넷 공간을 이용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대응책을 곧바로 찾는다. MB정부가 2메가라면 시위대는 2기가인 것이다.

경찰이 방어벽으로 설치한 컨테이너는 촛불집회 돌입 이후 삽시간에 광화문의 명물로 재탄생했다. 시위대들은 각종 문구가 적힌 스티커와 쪽지로 컨테이너를 장식했고, 민족미술인협회 소속 화가들은 스프레이로 현란한 색채의 풍자그림을 그려 넣었다. 도심의 흉물인 컨테이너가 도심 속의 '예술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 컨테이너 벽의 압권은 단연 "경축 08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 Congratulations! Castle MB, the new landmark of Seoul"이란 플래카드였다. 이후 네티즌들은 광화문의 컨테이너 장벽을 ‘명박산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연치 않게 명박산성을 구성하고 있는 한 컨테이너에는 '책임시공'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시민들은 "건설회사 CEO 출신 대통령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비꼬았다.

명박산성은 촛불집회가 평화시위로 마무리되자 설치 24시간 만에 철거됐다. 그러나 컨테이너는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상징이며, 해외토픽 감이다. 한 네티즌은 “명박산성을 길이 보전해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야유를 보냈다. 명박산성이 대통령과 국민의 ‘불통의 상징’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 같아 씁쓸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