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는 "여러분은 지금 세계최초 컨테이너로 지어진 산성을 보고 계십니다", "이 땅에 모세가 나타난 게 틀림없다. 자고 일어나니 서울 한복판에 부두가 완공됐다.", "이순신 장군이 답답해하실 것 같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정부가 이 모양이냐", "서울 한복판에 웬 베를린 장벽" 등등의 비난글이 올라왔다.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시위대는 '대책'이 있다. 촛불집회 시작 이후 시위대와 정부와의 싸움은 매번 시위대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시위대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데다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의사소통의 장이기도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의 공간이기도 하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네티즌들은 인터넷 공간을 이용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대응책을 곧바로 찾는다. MB정부가 2메가라면 시위대는 2기가인 것이다.
경찰이 방어벽으로 설치한 컨테이너는 촛불집회 돌입 이후 삽시간에 광화문의 명물로 재탄생했다. 시위대들은 각종 문구가 적힌 스티커와 쪽지로 컨테이너를 장식했고, 민족미술인협회 소속 화가들은 스프레이로 현란한 색채의 풍자그림을 그려 넣었다. 도심의 흉물인 컨테이너가 도심 속의 '예술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 컨테이너 벽의 압권은 단연 "경축 08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 Congratulations! Castle MB, the new landmark of Seoul"이란 플래카드였다. 이후 네티즌들은 광화문의 컨테이너 장벽을 ‘명박산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연치 않게 명박산성을 구성하고 있는 한 컨테이너에는 '책임시공'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시민들은 "건설회사 CEO 출신 대통령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비꼬았다.
명박산성은 촛불집회가 평화시위로 마무리되자 설치 24시간 만에 철거됐다. 그러나 컨테이너는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상징이며, 해외토픽 감이다. 한 네티즌은 “명박산성을 길이 보전해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야유를 보냈다. 명박산성이 대통령과 국민의 ‘불통의 상징’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