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고용 터지니 침체 그늘 깊어진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6.0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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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후폭풍에 달러가치 급락-유가 폭등

-美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감소
-유가 이틀새 16.23달러 폭등


미국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Recession)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6일(현지시간) 5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4만9000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예상한 6만명 감소에는 못미쳤지만, 비농업부문 고용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이은 고용 감소에 실업률은 전월 5.0%에서 5.5%로 0.5%포인트나 급등했다. 이같은 상승폭은 1986년 2월 이후 최대이다 . 블룸버그가 예상한 5.1%를 상회하는 것은 물론 200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이다.

◇ 고용 지표 부진에 유가 폭등, 달러 폭락



유가·고용 터지니 침체 그늘 깊어진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 가치는 급락했고, 유가는 배럴당 10.75달러 폭등했다. 다우지수 역시 4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1.18%(0.0184달러) 급등한 1.5777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 인도분 유가는 NYMEX에서 전날보다 10.75달러(8.4%) 폭등한 배럴당 138.5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39.1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로써 WTI는 지난달 22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 135.09달러를 단숨에 넘어섰다. 특히 WTI 유가는 이틀새 16.24달러 폭등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날 하루의 엄청난 변동성은 모두 고용 지표 부진이 야기한 결과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서 실업률이 0.5%포인트나 급등했다는 소식은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인 셈이었다.


결국 고용지표 부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간체이스는 이날 실업률 급등이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구직자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증시 급락도 투자자들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지만 시장 불안심리는 컸다.

◇ 고난 지수 1990년대 초 이후 최고



특히 사람들은 식품 및 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반된 실업률 급증이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을 합산해 추산하는 일명 '고난'(misery)지수는 9.4%를 기록, 1990년대 초반 경기침체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아직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유가 및 실업률 급등은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저금리와 경기부양책들이 미국 경제를 살라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이 뮬러 웰스파고 어드밴티지 펀드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6%를 향해 가고 있음이 확실하지만, 이날로 절반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의 고용발표 직전까지만해도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80%였다. 그러나 고용발표 이후 이 가능성은 50%로 급감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내심 경기둔화와 실업률 급증 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날 실업률 급등으로 고용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 연준 금리인상 난망, ECB 인상시 달러 약세 가속화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하하자니 인플레이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기대된다. 연준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다.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 역시 "이번 실업률 급등은 연준의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축에 대해 말하지 못할까봐 두렵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상을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로존의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경우 달러는 더욱 약세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 5일 금리를 4%로 동결한 직후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한 결과 다음 회의에선 금리를 소폭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달러 약세를 촉발했고, 이날 역시 유가는 5달러 이상 급등하며 시장 불안감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 경제학자 "침체에 빠졌다" 우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고용 발표 직후 세금환급책 등 경기부양책이 하반기 경제가 회복하는 것을 도울 것이며, 의회도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영구적인 감세안에 대한 분명한 메세지를 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대변인인 에드 길레스피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재 26주까지 지급하게 돼 있는 실업급여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3주 연장은 일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26주 연장은 가장 영향이 심각한 주들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상원은 이러한 법안에 대해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에 대해 여전히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법안은 아직까지 필요없다는 견해를 분명히했다.

이날 고용에는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대거 노동시장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실업률은 이를 반영하듯 15.4%에서 18.7%로 급등했다. 대학을 졸업하는 20~24세 실업률 역시 8.9%에서 10.4%로 상승했다.



경제학자들 역시 가시적인 노동시장의 약세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앨런 시나이 디시즌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고용 발표는 노동시장의 부진을 알리는 것"이라며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믹아웃룩그룹의 이사인 버나드 보몰은 "경제는 매우 약하며 침체에 빠졌을 수도 있지만, 아직 벼랑끝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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