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불 폭등, 시장 '혼돈과 패닉'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6.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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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배럴당 139불 돌파…1달내 150불 간다

유가가 하루동안 무려 10달러 폭등하는 등 6일(현지시간) 국제 원유 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유가가 하루 10달러 폭등한 것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전날 5달러 급등에도 입을 다물지 못하던 투자자들은 10달러 폭등 소식에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유가가 1달내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모간스탠리의 전망까지 나오는 등 원유 시장 분위기는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투자자들 마저 이 같은 시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 인도분 유가는 NYMEX에서 전날보다 10.75달러(8.4%) 폭등한 배럴당 138.5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39.1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로써 WTI는 지난달 22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 135.09달러를 단숨에 넘어섰다.

특히 유가는 이틀새 16.24달러나 폭등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 유가 역시 런던 ICE 선물유럽거래소에서 전일대비 10.42달러(8.2%) 상승한 배럴당 137.96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역시 장중한때 138.12달러까지 치솟았다.

◇ 美고용부진에 달러가치 폭락, 투자자 패닉
유가 10불 폭등, 시장 '혼돈과 패닉'


유가 폭등을 유발한 표면적 요인은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고용 부진에 따른 달러 약세다. 이날 고용지표 악화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1.18%(0.0184달러) 급등한 1.577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대체자산인 원유 수요를 폭증시켰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 등 지정학적 요인도 유가 폭등에 영향을 미쳤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교통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할 경우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투자자들의 패닉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원유 시장은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배럴당 135달러를 찍고 122달러까지 안정되는 듯 하다가 갑자기 폭등세로 돌아서는 등 아무도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팀 에반스 씨티퓨처스퍼스펙티브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한마디로 놀랐다는 표현밖에 쓸말이 없다"면서 "이날 터져나온 소식으로 매물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장에는 투기 세력들의 투기에 따른 시장 거품이 존재한다는 믿음도 있다. 그러나 시장 저변에는 수급에 따른 혼란, 생산 설비 부족 등에 따른 장기 원유 공급 불안 등으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유가는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지속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최근 득세하고 있는 '피크오일' 이론은 이러한 불안감을 잘 반영하고 있다. '피크오일' 이론가들은 이미 전세계 원유 생산량이 정점을 지나 하락단계를 걷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이러한 이유라는 지적이다.

'피크오일'이 내세우는 것과 같은 대재앙(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은 발생하지 않을 지라도 시장은 이미 원유매장량의 상당량 소비해 버렸다. 앞으로 원유 시추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채굴하기 어려운 곳에 숨어있는 원유를 생산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해 유가는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만간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가는 초고유가 시대가 열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는 잠깐의 충격만 발생해도 유가를 끌어올릴 빌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 유가 1개월내 150불 간다

실제로 이날에는 국제 유가가 폭등하자 조만간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쇼크리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투기 수요와 달러화 약세로 유가가 이달 말 140달러선까지 상승할 것이며, 여름철이 끝나갈 무렵 유가가 150달러선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 역시 한달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올레 슬로러 애널리스트는 이날 아시아의 수요급증으로 국제 유가가 다음달 4일까지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간스탠리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원유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중동 수출물량을 흡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FC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칩 호지 이사는 "1년전만해도 지정학적불안정성이나 생산불안 등이 유가를 크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유가를 이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이성적인 원인은 달러 약세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호지는 "펀더멘털은 이 유가 수준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 "수요는 고유가에 의해 영향받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유가 보조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체들도 기름을 많이 먹는 픽업트럭이나 SUV 생산을 줄이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사람들이 많은 유정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유가는 150, 200달러도 넘어설 것"이라며 "중요한 사실은 전세계는 원유를 빠른 속도로 소비하면서 원유 매장량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가 폭등과 고용 부진 소식에 뉴욕 증시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13%(394.64포인트) 급락한 1만2209.81을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3.09%, 2.9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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